'이·팔 사태' 유엔 안보리 첫 공개회의 빈손..中 "美 책임져야"
美, 양측에 폭력 중단 요구하면서 자국 중재 노력 강조
中 "美 방해 때문에 안보리 한 목소리 못해" 비난전
美 제외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두 국가 해법 지지 천명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긴장 완화를 위한 첫 공개회의를 소집했지만 구체적인 성과 없이 끝났다.
16일 AP통신과 신화통신,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공개회의는 안보리 5월 의장국인 중국과 노르웨이의 요청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리가 참여한 가운데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안보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 이후 2차례 비공개 회의를 소집했지만 공개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이번 사태 책임을 전가했다. 미국은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친(親)이스라엘 노선을 유지했고 중국은 미국이 방해로 안보리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상호 비난전을 펼쳤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비난하면서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거듭 천명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기존 입장도 확인했다.
리야드 알 말리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외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전쟁 범죄'로 표현하면서 안보리가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와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우리 집에 들어와 가족을 위협하는 무장 강도"라며 "이스라엘은 우리 집을 파괴하고 우리 국민을 억압한다"고 비난했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하마스가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안보리가 하마스를 비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은 자국이 긴장 완화를 위해 중재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양측 모두에게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비난하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자위권 행사로 옹호하고 있다. 안보리 공동성명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린다 토머스-그린핀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모든 당사자들이 민간인을 보호하고 국제 인도주의 법을 존중해야 한다"며 "현재 폭력의 순환은 멈춰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은 이번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외교채널을 통해 '끊임없이(tirelessly)'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 사태에 대한 입장을 조정(adjust)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의 방해 때문에 안보리가 팔레스타인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이 입장을 조정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도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즉각적인 대치 중단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평화 협상 중재 임무를 맡고 있는 국제기구 '콰르텟(Quartet)' 장관급 회의 개최도 촉구했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유엔 등으로 구성된 콰르텟은 지난 2002년 출범했지만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방안으로 '두 국가 해법'을 거듭 지지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경계에 따라 서안지구와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수립하도록 허용하는 대신 아랍 국가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온 분쟁 해결 방안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행정부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프랑스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 중단, 안보리 차원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적대행위 중단 요구도 촉구했다.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는 동예루살렘의 지리적, 인구학적, 역사적 특성과 지위를 바꾸려는 시도를 무효로 간주하고 있다"고도 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영국은 점령을 영구적으로 종식하고 이 지역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두 국가 해법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니콜라스 드 리비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안보리는 신속한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만장일치 요구를 위해 단결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의 유일한 급선무이고 집단적인 책무"라고 했다. 그는 "진짜 해결책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정착하는 정책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각국의 발언을 근거로 언론용 성명을 제시할 뜻을 밝혔지만 미국이 공동 성명 채택에 부정적인 점을 고려할 때 안보리가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NHK는 전했다.
장 대사는 이날 공개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대화를 통해 현재 위기를 종식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중국은 노르웨이, 튀니지, 기타 안보리 회원국과 긴밀히 협력해 안보리 성명 채택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 노르웨이, 튀니지는 이날 공개회의 직후 폭력과 도발, 선동, 파괴, 퇴거 등 모든 적대행위의 즉시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3국은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거듭 표명하면서 이를 위한 외교적인 노력의 가속화를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유혈과 테러, 파괴의 무의미한 순환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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