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미술관 주간에 보물을 찾다

2021. 5. 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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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때가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안 보이던 작품이 잘 보이거든요.”

주말, 심상치 않던 비가 세차게 퍼부었다. 2021 박물관·미술관 주간(이하 박미주간) 공모 프로그램 ‘환기뮤지엄 어드벤처 : 7개의 보물’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환기미술관.


“‘환기뮤지엄 어드벤쳐 : 7개의 보물’은 꼭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람객은 움직이면서 감상하고, 저희는 관람객 반응을 보며 바꿔 가니까요. 또 자연 속에 있으니, 식물이 자라면 작품도 크기 등이 달라지죠. 다 같이 참여해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해 나가는 과정이랄까요.” 

성민아 학예사(환기미술관 학예실)가 말했다. 설명대로라면 프로그램 마지막 날은 어떻게 작품이 달라질까.

반짝이는 햇빛 아래서는 작품이 또 다르게 비춰진다. 가족이 된 길고양이는 미술관 내에 집도 생겼다.(사진=환기미술관 제공)


고즈넉한 공간 자체가 위안을 주는 환기미술관에선 항상 한걸음이 느려진다. 그런 자연스러운 분위기 그대로가 좋은 곳이다. 계절과 함께 담장에는 푸른 넝쿨이 뒤엉키고, 살랑 부는 바람 속에 잎들이 붉어진다. 놀러 오던 길고양이는 어느새 가족이 돼 작품 곁에 있다. 

많은 박물관, 미술관들이 2021 박물관·미술관 주간에 동참하고 있었다 .


2021 박미주간이 시작됐다. 12일 온라인을 시작으로 14일부터 23일까지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박물관의 미래 : 회복과 재구상’으로 신기술 활용 콘텐츠 및 일상 속 치유와 힐링에 주력한다. 프로그램은 크게 4가지다. ① 박물관 공모 선정 프로그램 ② 뮤궁뮤진(집콕 온라인 프로그램) ③ 거리로 나온 뮤지엄 ④ 뮤지엄꾹(스탬프)이다. 

거리로 나온 뮤지엄은 서울, 대구 3곳의 거리를 오가며 감상할 수 있다. 또 뮤궁뮤진은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7가지 테마별 해시태그를 타고 비밀스럽고 신기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박물관·미술관 주간 공모 선정 프로그램 중에 ‘환기뮤지엄 어드벤처 : 7개의 보물’이 있었다. 반가웠다.

환기미술관 교육실. 이 앞에서 설명을 듣고 야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몇 년 전, 아이가 토요일마다 이곳 환기미술관에서 프로그램을 듣는 동안, 난 미술을 누렸다. 당시 그 토요일이 예술을 접할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때 홀로 즐겼던 짧은 행복이 맘속 어딘가에 깊이 뿌리를 내렸나 보다. 간간이 떠올랐다. 그곳에 다시 간다니, 설레기 시작했다.

김환기 화백의 드로잉(왼쪽, 환기미술관 제공)을 모티브로 만든 환기뮤지엄 어드벤처 프로그램.


강정헌 작가가 작품을 설치하고 있다.(왼쪽, 환기미술관 제공) 곳곳에 숨어 잘 보아야 보인다.(오른쪽)


“1500여 명 관람객이 온다면, 1500개의 감상이 나오길 바라고 있어요.(웃음) 재밌는 건, 7개의 보물은 증강현실 속에 있지만, 실제 체험해 받는 선물은 현실이잖아요. 이젠 증강현실도 우리가 사는 세계와 공존하는 시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이번 프로그램은 김환기 화백의 드로잉을 모티브로 21세기의 강정헌 작가가 교감하고 재현한 스토리들로 담았어요. ”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온 증강현실 캐릭터.(왼쪽) 스마트폰으로 캐릭터가 좋은 말과 보물을 알려준다.(오른쪽)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QR코드를 이용, 어플을 다운받아 야외 곳곳에 설치한 작품을 찾는다. 어플 속 증강현실에 있는 7개 보물을 찾아 캡처하면 작은 선물을 받는다. 프로그램 자체는 무료라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다. 쓰면서 망설여지긴 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작은 선물이 모듬 꽃 씨앗인 걸 미리 밝혀 둔다. 

검고 흰 투명 아크릴로 된 강정헌 작가의 작품이 곳곳에 있는데, 잘 보면 보이고, 놓칠 수도 있다. 사실 그 또한 답은 없다. 작품을 찾다 보면 어느새 미술관 야외를 구석구석 돌게 된다. 

어떤 게 좋은지는 개인마다 다를 터. 단 확연히 차이가 난다. 비가 왔을 때 작품.(왼쪽) 비가 오지 않았을 때 작품.(오른쪽, 환기미술관 제공)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치유와 힐링을 가장 먼저 생각했어요. 씨앗이 하나라도 피면, 그 꽃을 보며 오늘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그러면 좀 덜 힘들고, 좀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고요. 그런 위안을 받는 프로그램이면 된 거죠.”  

기획 자료가 빽빽하다. 성 학예사가 설명을 해주고 있다.


기획 자료만도 엄청나다. 작품 소재부터 위치 선정, 꽃씨 크기 하나하나 많은 생각이 들어있다. 리플렛을 접어 포장지로 활용하고, 일곱 종류의 꽃씨를 섞어 넣었다. 아직은 어떤 꽃이 어디서 어떻게 피어날진 누구도 모른다. 작은 화분이든, 넓은 마당이든 미술관에서 퍼져나가 누군가의 고단한 삶에 잠시 미소를 준다면 만족이란다.   

곱게 적은 리플렛 포장을 풀면 예쁜 씨앗 등이 설렘을 준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화가의 대표작처럼 이 씨앗도 어디서 무엇이 되어 환한 치유를 주게 될까.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목인박물관 목석원.


또 다른 박미주간 프로그램인 뮤지엄꾹에 참여해 보기 위해 가까운 목인박물관 목석원에 들렀다. 더 거세진 빗속을 뚫고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일단 올라가 보자. 북한산을 조망하고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그 힘든 수고를 보상받기 충분하다.

올라가면 안개와 만나게 될까.

 

목인박물관은 2019년 인왕산과 북한산이 있는 부암동으로 이전, 6개의 실내전시장과 3000여 평 규모의 야외전시장에서 각종 목인(木人)과 석물(石物, 무덤 앞에 세우는 돌로 만든 물건)을 볼 수 있다. 

축제 어플을 깔아 QR코드를 찾으니 스탬프가 찍혔다.


박미주간 뮤지엄꾹은 어플을 다운받아 뮤지엄꾹 QR코드를 찍으면 인증된다. 한 박물관 혹 미술관당 5개가량 QR코드가 붙어 있으며, 8개부터 추첨을 통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뮤지엄꾹 QR코드를 찾아(오른쪽) 어플을 이용해 찍으면 저절로 스탬프가 찍혀진다.(왼쪽)

 

QR코드는 모으면 모을수록 기념품 구성도 알차다. 또 뮤지엄꾹 참여자는 그곳만의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목인박물관에서는 뮤지엄꾹 체험 기념품인 엽꾸(엽서 꾸미기)를 받았다. 체험 후, SNS를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특별전 초대권을 받는다.(각각 장소 별로 다르다.) 

목인미술관 목석원은 전시실에 큰 창이 있어 전망하기 좋다.


목인박물관 목석원은 예상과 달리 비 오는 날도 운치 있었다. 똑똑 처마 밑으로 구르는 빗방울 소리가 배경을 더했다. 방마다 넓은 창이 있어 의자에 앉으면 전망이 좋다. 전시장 이름도 예쁘다. 제주의 뜰, 멍때리는 터, 꽃집, 하얀 집… 적당히 피로가 풀려서일까. 안개 낀 인왕산 자락 밑 목인을 보자 고목이 떠올랐다. 

환기미술관 본관.


코로나19 이후 한층 가까워진 QR코드다. 그런 QR코드를 출입 확인용이 아닌 문화로 사용하는 게 오랜만이어선지 더 반가웠다. 목인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길은 높은 만큼 멀리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간 조용하던 게 보이고 보일 수록 예쁘다.


보면 볼수록 보인다. 그만큼 깊이 남는다. 열흘간의 박미주간이 짧다 해도, 순간순간 담은 행복은 오래오래 삶을 치유해 줄 힘이 될지 모른다. 

2021 박물관·미술관 주간
박물관의 미래 : 회복과 재구상
기간 : 2021년 5월 14일~5월 23일
장소 : 전국 박물관과 미술관 중 참여 기관
www.뮤지엄위크.kr

환기미술관 누리집
http://www.whankimuseum.org/new_html/main.php

목인 박물관 목석원 누리집
http://www.mokinmuseum.com/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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