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학교 문 열었지만,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

KBS 2021. 5. 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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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지구촌의 많은 학교가 다시 등교를 시작했지만, 교실로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사연을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통학버스가 도착할 시간. 세 아이를 마중 나가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엄마는 자녀들을 등교시키는 것이 맞는 건지 여전히 고민인데요.

[데니스 찬/아시아계 미국인 학부모 : "학교 식당에서 한 친구가 제 아들에게 '한국 사람들은 눈이 왜 쭉 찢어진 거야?' 라며 놀렸다고 하더라고요."]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미국의 학교 문이 다시 열렸지만 교실엔 여전히 빈자리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흑인과 아시아계, 유색인종 아이들의 자리인데요.

올해 대면 수업을 재개한 미국 공립학교에서 아시아계 학생의 78%,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의 50%가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바이러스도 걱정이지만 미국 내 고조된 인종차별 정서 때문이 큰데요.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가정에서 자녀의 원격 수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김 호리건/아시아계 미국인 학부모 :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는 지금 두 가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아시안 혐오 정서입니다. 자녀의 등교 거부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학교가 문을 닫은 뒤 일터로 내몰린 남미 저소득층 아이들도 교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시골 마을에 사는 이 형제도 벌써 반년 넘게 당근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아버지 혼자 생계를 책임지기 어려워지면서 형제도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무이스 브라카몬테/어린이 노동자 : "공부도 합니다. 일이 끝나고 와서 공부하고요. 일어나면 컴퓨터를 켜고 공부합니다."]

국제노동기구는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남미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와 청소년 30만 명 이상이 일터로 내몰린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문제는 한번 학교를 떠난 아이들을 다시 데려오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건데요.

형제가 다니던 학교도 최근 다시 등교를 시작했지만, 노쇠한 아버지와 함께 가족의 생계 일부를 책임지게 된 형제는 학교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무이스/ 형제의 아버지 : "11살 12살인 우리 아이들은 이제 농장 일이 익숙합니다. 동네를 돌아보면, 많은 아이가 농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영국에선 학교가 아닌 병원과 상담소를 찾는 학생이 늘었습니다.

먹는 것을 무척 좋아했던 17살 에샤 학생은 봉쇄로 인한 우울과 스트레스로 섭식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아직은 온전히 회복되지 않아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이샤 파라샤라/학생 : "집에 오래 있게 되면서, 계속 거울만 보게 되고, 체중 감량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돼요."]

봉쇄조치의 여파로 영국 학생 5명 중 한 명은 자신의 정신 건강이 악화한 것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외로움과 고립 속에 학생들은 학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건데요.

[크리스 만/국립병원 간호사 : "코로나19 이전보다 자해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두세 배 늘었습니다. 아이들이 불안과 걱정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죠."]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지구촌의 많은 학교 문이 다시 열렸습니다.

하지만 짙게 드리운 코로나19의 그림자로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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