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대신 상실 직시.. "이렇게 또 한 고비 넘어"

박동미 기자 2021. 5. 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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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사진)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창비)가 출간됐다.

주로 2000년대를 회고하는 서사로 한 세대의 열정과 사랑, 좌절, 상실 등을 증언해온 김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그 시절' 이후의 성장을 더욱 촘촘하고 섬세해진 필치로 그려낸다.

그리하여 "이렇게 또 한고비를 넘는다"는 작가의 말은 소설 속 '나'의 말이 되고, 다시 책을 읽는 '우리' 모두의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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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소설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출간

김금희(사진)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창비)가 출간됐다. 2020년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받은 표제작을 비롯해 ‘마지막 이기성’(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기괴의 탄생’(김유정문학상 수상후보작) 등 지난 3년간 각종 문학상의 호출을 받은 탄탄한 수작 7편을 묶었다. 주로 2000년대를 회고하는 서사로 한 세대의 열정과 사랑, 좌절, 상실 등을 증언해온 김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그 시절’ 이후의 성장을 더욱 촘촘하고 섬세해진 필치로 그려낸다. 이번 단편들은 모두 김 작가가 40대가 된 후에 쓴 것들이다. 스스로 “이제 봄과 여름에 대해서는 말할 준비가 충분히 됐다”고 밝혔듯, 책에 실린 7편의 짧은 소설들은 김금희식 회고 서사의 정점을 보인다.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은 삼수생 ‘나’와 의대생 ‘장의사’가 함께 보낸 ‘패배한’ 여름의 풍경을, ‘마지막 이기성’은 유학생 ‘이기성’과 재일 한국인 ‘유키코’의 연애와 연대가 교차하며, 한때 두 사람이 함께했던 (그러나 결국 실패한) 투쟁을 그린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의 ‘나’는 노교수의 종택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가까워진 ‘기오성’과 금세 어긋나고, ‘초아’의 주인공은 명문대 출신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식 투자만 한다. 이렇듯 김금희의 사람들은 여전히 무언가 잃고 좌절한 채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소설집에서 두드러지는 건, 이들이 ‘재회’의 방식으로 상실을 마주하는 내용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것이 치유나 회복보다는 ‘결손의 확인’에 가깝다고 했다. 미화나 낭만화도 없이, ‘극복’도 아닌, 어떤 식으로든 과거를 뛰어넘어 ‘진실’에 가 닿는 그것 말이다. 그렇게 작가도 소설도 함께 훌쩍 성장했다. 그리하여 “이렇게 또 한고비를 넘는다”는 작가의 말은 소설 속 ‘나’의 말이 되고, 다시 책을 읽는 ‘우리’ 모두의 말이 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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