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심으로 결집한 공화당.."의회 폭동 가담자 90%는 평범한 백인"

2021. 5. 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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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있는 한 무장 폭동은 또 일어날 수 있다"

[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2020년 선거 패배와 올해 1월 의회 무장 폭동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한발 떨어지는 듯 했던 미국 공화당이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공화당이 서열 3위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을 당 지도부인 하원 의원총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한 일이 이를 잘 보여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인 체니 의원(이하 직함 생략)은 트럼프의 "선거 도둑질"(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난 대선 결과를 조작해 승리를 도둑질했다) 주장에 반발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체니는 지난 1월 6일 있었던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한 의회 무장 폭동을 계기로 제기된 트럼프의 두번째 탄핵안에 찬성하기도 했다.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 10명이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체니는 최근에도 트럼프가 "새빨간 거짓말(Big Lie)"이라며 '선거 사기론'을 거듭 주장하고 나서자 이에 대해 "진실을 기반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공화당은 그를 당 지도부에서 쫓아냈다. 공화당은 12일 의원총회에서 불과 16분 만에 투표를 통해 그의 의장직을 박탈했고, 기명 투표가 아닌 음성 투표를 택해 찬반 득표수도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

공화당은 체니 축출을 통해 '트럼피즘'(트럼프가 내세운 인종주의에 기반한 극우 포퓰리즘)을 당의 정치 노선으로 재선택했음을 천명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트럼피즘'이 협상과 합의를 통한 정치적 문제 해결 자체를 부정하고 극단적 대결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체니는 16일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지난 1월 의회 폭동과 유사한 무장 폭동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체니는 "우리 선거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계속해서 시사하는 전직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아야 한다"며 '트럼프 지지자들이 또 다른 반란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체니는 거듭 트럼프 지지자들의 또다른 폭력을 막기 위해 "공화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공화당이 다시 트럼피즘으로 결집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 의회 폭동을 "의회 관람 같은 풍경"이라 억지 주장

이처럼 공화당이 '트럼피즘'을 노선으로 택하자 강성 트럼프 지지 성향의 의원들은 지난 1월 의회 폭동의 의미를 축소하고 이를 옹호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공화당 앤드루 클라이드 하원의원은 "의사당 TV 화면을 보면 사람들이 정돈된 옷을 입고 있고 비디오나 사진을 찍고 있다"며 "1월 6일에 찍혔다는 것을 몰랐다면 보통의 의사당 투어 관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라이드 의원은 "이를 반란 사태라고 부르는 것은 뻔뻔한 거짓말"이라며 "기물 파손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폴 고사르 의원도 "연방수사국(FBI)이 전과 기록도 없는 군 전역자와 시민 등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랄프 노만 의원은 "의사당에 들어간 사람들을 왜 트럼프 지지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무장 난입 과정에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의회 경찰과 경관 140여명이 다쳤다.

이런 강성 트럼프 지지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반 트럼프' 진영의 공화당 애덤 킨징어 의원은 14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북한을 거론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우리가 현실이 되길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말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속적으로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무장 폭동마저 옹호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이라는 비판이다.

의회 폭동으로 기소된 420명 중 90%가 극우집단과 무관한 '40-50대의 직장 있는 백인'

한편, 지난 1월 의회 폭동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에 대한 학술 연구를 진행 중인 시카고대학교의 '안보 프로젝트' 연구소에 따르면 의회 폭동 가담자의 대다수가 "평범한 미국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의 책임자인 로버트 페이지 시카고대 교수는 지난 6일 PBS와 인터뷰에서 의회 폭동 가담자들은 흔히 생각하듯 "외로운 늑대(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나 "'프라우드 보이' 등 극우 폭력 조직원"이 아니라 "가정과 직장이 있는 평범한 백인들"이라고 밝혔다. 기소된 이들의 90% 이상이 인종적으로는 백인이며, 성별로는 남성이었다.

페이지 교수는 "기소된 420명 중 3분의 2가 34세 이상의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며 "40,50대의 가족이 있고 직업을 갖고 있는 성숙한 사회 구성원"이라고 밝혔다. 또 45%는 CEO, 의사, 변호사, 회계사, 회사 중간급 관리자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었으며 7%만이 실업자였다고 덧붙였다. '프라우드 보이'나 '민병대' 등 폭력적인 성향의 극우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도 전체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이는 우리가 흔히 보던 것과 매우 다른 패턴"이라며 "이런 양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해결책(경제적인 측면)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보여준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 미국 성인의 4%가 여전히 "2020년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고 믿으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폭력 시위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위협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이들이 '제2의 의회 폭동'과 같은 집단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6일 있었던 의회 폭동.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의회 관광 풍경으로 착각할 정도"라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 AP=연합뉴스

[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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