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한시각 '포대화상' 등 간송재단 유물 3점 보존처리
[경향신문]
문화재청이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유한 유물 중 국보나 보물 등으로 지정되지 않은 비지정문화재의 보존처리를 마쳤다.
문화재청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한시각(1621~?)의 ‘포대화상(布袋和尙)’ 등 3건 79점의 문화재를 보존처리하고, 120점의 서화·도자류에 대해선 훼손 예방 작업을 최근 완료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처음 추진한 ‘비지정 문화재 보존처리 및 예방적 관리’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17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평가되는 한시각의 ‘포대화상’은 포대를 메고 다니는 승려를 그린 포대도(布袋圖)이다. 현존하는 한시각 포대도 5점 중 유일하게 국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55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갔을 때 일본 측이 요청해 사행록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18세기 서얼 출신 화가 이인상의 뛰어난 글씨와 그림이 수록됐다고 평가받는 ‘원령희초첩’(元靈戱草帖)도 보존처리 대상이었다. 시(詩)·서(書)·화(畵)에 능해 ‘삼절(三絶)’이라 불렸던 이인상은 연암 박지원과 추사 김정희가 존경했던 인물이다.
민영익이 1895년 을미사변 이후 중국 상하이에 망명해 제작한 것으로 짐작되는 ‘운미난첩’(芸楣蘭帖)도 보존처리가 끝났다. 이 화첩은 이른바 ‘운미란’(芸楣蘭) 72점으로 구성됐다. 운미는 민영익의 호이며, 운미란은 짙은 먹을 써서 줄기를 고르게 그리고 잎은 뭉툭하게 처리하는 독자적 화풍을 의미한다.
보존처리 작업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지류·회화수리복원연구소가 했다. 연구소는 인문학과 과학 조사를 병행한 뒤 보존처리 대상 회화가 제작 당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해 장황(그림을 족자나 화첩으로 꾸민 것)을 재사용하고, 떨어져 나간 부분은 바탕 재료와 유사한 재료로 작업을 했다. 그림을 보호하는 도구와 상자도 제작했다.
문화재청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조선 후기 수장가인 김광국의 ‘석농화원’(石農畵苑) 중 일부로 알려진 ‘해동명화집’(海東名畵集) 1건 60점과 조선 전기 학자인 권우 문집 ‘매헌집’(梅軒集) 5책 1권도 보존처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간송재단과 불교중앙박물관의 비지정문화재 보존처리를 지원했다”며 “앞으로도 비지정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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