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클래스 >머스크, 문샷 꿈꾸는 혁신가냐.. 시장질서 흔드는 '꾼'이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신분야 개척의 아이콘
전기차 · 우주개발 등 관심…“언제나 서너 걸음 앞서가”
“실패는 교훈” 경영철학… 직원들과 빠른 의사소통 중시
- 리스크 키우는 사기꾼
트위터 · 방송서 말할 때마다 비트코인·도지코인 ‘출렁’
테슬라 불매운동 역풍에“시세조작혐의 조사를”요구도
“정말 중요한 것이 생기면 성공 확률이 낮더라도 일단 실행하라.”
‘신분야 개척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2년 CBS의 토크쇼 ‘60분’에서 밝힌 좌우명이다. 머스크가 내세운 ‘화성 식민지 건설’은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야망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난 5일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수직 착륙에 성공하면서 꿈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우주개발뿐 아니라 전기자동차·위성인터넷서비스까지도 성공하면서 머스크는 불가능해 보이는 혁신적 사고를 곧바로 실행하는 ‘문샷(Moonshot)’의 대표주자가 됐다.
하지만 머스크는 기행과 변덕스러운 태도로 논란의 중심에 선 위험한 인물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 광풍의 가상화폐 ‘도지코인’ 폭등을 부추기면서 전통적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트위트 하나에 가상화폐 주가가 출렁거린다. 1년 전 개당 0.002달러였던 도지코인은 스스로를 ‘도지 아빠(The Dogefather)’라 칭하며 시세 띄우기에 나선 머스크 덕에 개당 0.70달러대를 기록하며 가상화폐 시가총액 4위까지 뛰어올랐다. 머스크가 지난 13일 돌연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구매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또 한 번 혼란을 가져왔다. 점잖은 뉴욕타임스(NYT)마저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머스크 자체가 세계 경제에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자동차에 청정에너지, 우주여행을 현실로…‘야망 덩어리’ 리더의 추진력=머스크가 지금까지 손댄 분야는 전방위적이다. 인터넷과 전기자동차뿐 아니라 항공우주산업에 청정에너지 등까지 무궁무진하다. 스페이스X의 전 테스트 엔지니어였던 제러미 홀먼이 머스크를 “야망 덩어리”라고 칭하는 이유다. “언제나 우리보다 서너 걸음 앞서간다”는 게 홀먼의 전언이다. 이 중에서도 머스크가 가장 전력하고 있는 분야는 우주개발이다. 머스크는 1995년 스탠퍼드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이틀 만에 그만두고 남동생 킴벌과 소프트웨어 회사 ‘Zip2’를 창업했는데, 2002년 이베이에 ‘페이팔’을 매각한 자금으로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스페이스X의 첫 엔지니어였던 짐 캔트렐이 “머스크의 꿈은 분명하다. 그에게 ‘우주 정복’은 가장 큰 삶의 목표”라고 말할 정도다. 머스크도 2014년 한 인터뷰에서 “내가 번 돈은 모두 화성에 기지를 건설하는 데 쓰일 것이며 그 프로젝트로 모든 재산을 탕진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5년 11월 스페이스X는 첫 무인 우주로켓 ‘팰컨 1호’ 발사를 발표한 뒤 세 번 연속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모든 투자자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모든 걸 걸고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며 끝없이 도전했고, 6년 만에 팰컨 1호를 예정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팰컨 1호에 쏟아부은 개발비와 연구비는 1억 달러(약 1127억 원). 지금까지 스페이스X는 로켓을 120차례 가까이 지구궤도에 쏘아 올렸고, 로켓 재사용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실패를 교훈으로 삼는다’는 머스크의 경영 철학이 완벽하게 성공한 셈이다.
◇끝없는 피드백과 ‘나노(Nano)’ 매니지먼트가 혁신의 원천=머스크가 실패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피드백을 적극 활용한 덕분이었다. 머스크는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게 매우 중요하며, 피드백은 가장 좋은 충고”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머스크가 말하는 피드백은 그냥 반응이 아니라, 빠르고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의미한다는 것. 2018년 테슬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소통은 ‘명령의 사슬’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일을 완수하는 데 필요한 최단 경로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어떤 종류의 ‘지위 관계’도 무시하라”고 지시했다.
주 100시간 일하는 ‘완벽주의’도 머스크 리더십의 특징이다. 자신이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모든 부분을 확인한다. ‘마이크로(Micro)’를 넘어 ‘나노(Nano) 매니지먼트’인 셈이다. 그만큼 본인도 열심히 일한다. 테슬라 공장의 소파에서 잠을 자고 매주 80~100시간씩 일했다. 머스크는 “창업자라면 모든 종류의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사소한 업무란 없기에 늘 잘못된 점을 찾고 수정해야 한다. 스타트업 CEO에게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죽은 듯 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실무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는 “CEO 사무실로 가는 길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사무실이나 마케팅 부서를 통하면 안 된다. 엔지니어와 디자인 팀을 지나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테슬라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인 J B 스트라우벨은 “머스크는 기술 총책임자들에게 큰 책임감을 요구한다. 엔지니어들은 머스크가 본인이 담당하는 영역에 대해 파고드는 질문을 할까 봐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혁신의 이면에 숨은 ‘관종’ 기질…사익 추구 ‘사기꾼’ 비판도=하지만 머스크는 변덕쟁이로도 유명하다. 머스크가 지난 11일 트위터에 올린 “테슬라의 도지코인 결제 지원을 원하나?”는 문장 하나로 급락하던 가상화폐 도지코인의 주가가 5.2% 급등했다. 머스크가 가상화폐 광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가상화폐 시장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지난 8일 NBC의 간판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출연 전후로 도지코인 가격은 급등락했다. 머스크의 SNL 출연이 확정되자 111%나 치솟았다가, 머스크가 SNL에서 “도지코인은 사기”라고 농담을 던지자 35% 추락한 것. 일각에서는 “머스크를 시세조작 혐의로 조사하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머스크의 변심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지난 13일 갑자기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테슬라 차량의 비트코인 구매 결제 중단을 선언한 것. 비트코인 시가 총액 1조 달러 선이 곧바로 붕괴했고, 테슬라 주가도 급락했다. 온라인상에는 “머스크가 배신했다”며 분노하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테슬라 불매운동까지 시작되는 등 역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머스크의 사업 전략이자 리더십 역량으로 여겨졌던 ‘스타성’이 ‘오너 리스크’라는 양날의 검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머스크의 라이벌 & 연인
세계최고 억만장자 자리 경쟁하는 ‘모범생’
◇‘모범생’ 라이벌 제프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CEO·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최대 라이벌이다. 두 사람은 로켓 및 우주선 개발, 우주 인터넷망 구축뿐 아니라 세계 최고 억만장자 자리를 놓고도 경쟁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다섯 살 때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는 것을 지켜본 ‘아폴로 키즈’로 우주사업가의 꿈을 키웠고, 우주선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스타트렉’의 광팬으로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2016)에도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성향은 머스크와 정반대다. 머스크가 ‘화려한 이단아’라면 베이조스는 ‘신중한 모범생’.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SNS로 공개하는 머스크와 달리 베이조스는 2000년 블루오리진을 창업하고 5년이 지난 뒤에야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릴 정도다. 최종 목표는 다른데, 머스크의 꿈이 화성 식민지 건설이라면 베이조스는 우주 주거단지 구축이 목표다. 다만, 현재까지 성과로만 판단하면 블루오리진이 스페이스X에 뒤처져 있다. 스페이스X보다 2년 앞서 출범했지만 지구궤도에 로켓을 쏘아 올리지 못했고, 우주인터넷망 구축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베이조스는 야심차게 준비했던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에서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밀려 탈락했다.
내년초 우주관광 추진하는 ‘산업계의 괴짜’
◇‘괴짜’ 닮은꼴 리처드 브랜슨 버진갤럭틱 CEO·버진그룹 회장
머스크와 쌍벽을 이루는 산업계의 괴짜다. 브랜슨은 ‘점잖은 신사’ 이미지의 영국인과는 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50년생인 브랜슨은 자신의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을 알리기 위해 직접 다리털을 깎고 속눈썹을 붙인 뒤 스튜어디스 복장을 하고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버진 콜라’를 미국에 상륙시키겠다며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복판에 탱크를 몰고 나타나 콜라를 쏘아대기도 했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회사를 홍보한다는 점이 머스크와 똑 닮았다. ‘돈보다는 재미’라는 모토하에 극단적인 모험도 즐기는데, 요트로 대서양을 건너다 전복사고를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우주 관광’은 브랜슨의 새로운 도전 분야로, 2004년 우주탐사회사 ‘버진갤럭틱’을 설립한 뒤 2009년 세계 최초로 민간 우주여객선 ‘스페이스십2’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세 번째 우주선 ‘버진스페이스십 이매진(VSS 이매진)’을 공개했는데, 거울처럼 지구와 하늘, 우주 등 주변 환경을 비춰보는 구조로 건조됐다. 내년 초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관광을 본격 시작하는데, 탑승료는 1인당 25만 달러(약 2억8000만 원)로 책정됐다.
2018년 연인 공개한 뒤 현재까지 동거중
◇ ‘동거인’ 팝 아티스트 그라임스
머스크는 캐나다 출신의 그라임스와 2018년 5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파티에 함께 참석, 연인 관계임을 공개한 뒤 현재까지 동거 중이다. 머스크는 2000년 캐나다 출신 소설가 저스틴 윌슨과 결혼해 아들 다섯을 뒀는데, 2008년 이혼했다. 1988년생인 그라임스의 본명은 클레어 부셰로,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곡가 겸 음악감독이다. 지난 3월에는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기술을 적용한 그림을 경매에 내놓아 65억 원을 벌었다. 그라임스는 최근 머스크가 호스트로 나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카메오로 출연했다가 공황 발작으로 입원하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2020년 태어난 아들이 있다. 이 아들 이름은 엑스 애시 에이트웰브(X Æ A-12)다. 알파벳 X에 애착이 큰 머스크가 아들 이름에도 X를 집어넣은 것. 그라임스는 자신의 트위트에 “X는 미지수, Æ는 AI를 뜻하고, A-12는 우리 부부가 모두 좋아하는 항공기 SR-71의 전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이 아들 출산 당시 거주했던 캘리포니아주가 이름을 로마자 알파벳 26개 문자로만 등록할 수 있기에 서류상 이름이 ‘X Æ A-Xii’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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