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부부 파국은 빌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 탓"

김태훈 2021. 5. 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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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27년간 부인이었던 멀린다 게이츠와의 합의 이혼을 발표한 직후 결별의 주된 원인이 빌 게이츠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라는 외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앞서 부부의 이혼 발표한 직후에는 "빌 게이츠가 성범죄자였던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이어가자 멀린다가 크게 분노했고 이 점이 이혼의 계기가 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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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의 성폭행 의혹 놓고 빌·멀린다 충돌
"수사에 맡기자"는 멀린다 의견 무시당해
빌, 비밀리 해결 시도.. 결국 돈으로 무마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오른쪽)와 최근 합의 이혼을 발표한 전 부인 멀린다 게이츠. 세계일보 자료사진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27년간 부인이었던 멀린다 게이츠와의 합의 이혼을 발표한 직후 결별의 주된 원인이 빌 게이츠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라는 외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뜻한다. 요즘 고위 공무원이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에게 꼭 필요한 자질로 간주된다.

하지만 빌 게이츠 측은 “이혼을 둘러싼 언론의 추측이 갈수록 괴상해진다”며 강한 불만을 내비쳐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빌 게이츠가 3년 전쯤 측근의 성폭력 사실을 비밀리에 해결하려다 멀린다의 불만을 산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2017년 워싱턴주 커클랜드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던 한 여성이 빌 게이츠 부부에게 호소문 형태의 편지를 보냈다. 부부와 모두 친한 마이클 라슨이란 남성이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라슨은 30년 가까이 빌 게이츠의 자산을 관리해 온 직원으로 알려져 있다. NYT는 “라슨은 현재도 빌 게이츠가 직접 설립한 투자업체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NYT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 사안을 놓고서 부부는 심각한 의견차를 드러냈다고 한다. 빌 게이츠는 이를 공론화하는 대신 사내에서 비밀리에 해결하려 한 반면 멀린다는 외부 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여성은 이듬해인 2018년 비공개 합의를 통해 라슨 측으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 멀린다는 이런 식의 무마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이 기회에 성인지 감수성에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를 고용해 MS 및 관계사들의 직장 내 성평등 문화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멀린다에게 찍힌 라슨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출근하지 않았지만 사태가 봉합된 뒤 다시 직장에 복귀했고, 이 점 또한 멀린다를 격분시켰다고 NYT는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사옥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앞서 부부의 이혼 발표한 직후에는 “빌 게이츠가 성범죄자였던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이어가자 멀린다가 크게 분노했고 이 점이 이혼의 계기가 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유력 금융업자였던 엡스타인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숱한 성범죄를 저질렀다가 구속됐고 2019년 8월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뿐 아니다. 빌 게이츠가 MS나 이 부부가 세운 자선단체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접근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구체적으로 빌 게이츠가 2006년 MS의 한 여성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저녁을 먹자”고 했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빌 게이츠의 제안에 불쾌감을 느꼈으며 결국 초대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빌 게이츠 측은 일련의 보도가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빌 게이츠의 대변인은 “이혼 사유 등에 대한 수많은 허위 사실들이 보도돼 매우 실망스럽다”며 “엡스타인과의 만남과 재단에 대한 이야기들은 부정확하다”고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어 “이혼을 둘러싼 유언비어와 추측이 갈수록 괴상해지고 있다”고 해 선을 넘어서는 경우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전도 불사할 것임을 내비쳤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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