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길 대신 가시밭길 택한 이경훈, 79전 80기 우승 드라마
강성훈 이어 2회 연속 우승
80경기 출전만에 첫승
한국인 8번째 PGA 챔피언
"우승 믿기지 않아..퍼터 바꾼 것 주효"
"두달 뒤 태어날 아기, 빨리 만나고 싶어"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17번홀(파3) 버디로 3타차의 넉넉한 리드를 지켰지만 그는 18번홀(파5)서 과감한 공략을 택했다. 나흘 내내 송곳같았던 아이언샷은 이번에도 깔끔하게 그린 위에 안착했고, 챔피언 퍼트를 버디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평소 조용하고 성실한 성품 그대로, 동반자들의 축하에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하는 걸로 화려한 우승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이경훈(30)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 2년 만에 첫 우승의 쾌거를 일궜다.
이경훈은 1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몰아치고 보기 2개를 기록, 6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를 작성했다. 이경훈은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였던 샘 번스(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고 PGA 투어 데뷔 첫 승을 역전극으로 완성했다. 우승 상금은 145만8000달러(약 16억4000만원).
이로써 이경훈은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노승열, 김시우, 강성훈, 임성재에 이어 통산 8번째 한국인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자 김시우에 이어 올시즌 2명의 챔피언을 배출했다.
특히 이 대회서 2회 연속, 역대 3번째 한국 선수가 우승컵을 가져가면서 의미를 더했다. 강성훈이 2019년 이 대회서 PGA 투어 첫승을 올렸고 지난해엔 코로나19로 대회가 개최되지 않았다. 배상문은 2013년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이라는 명칭으로 열린 이 대회서 우승했다.
2016년 미국 진출 후 5년, 2019년 정규 투어 데뷔 2년 만에 거둔 값진 결실이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경훈은 한국오픈 2연패, 일본프로골프 2승을 보유, 안정된 투어생활이 보장됐지만 세계 최고 무대를 향한 가시밭길 도전을 택했다. 그리고 80번째 대회서 마주한 우승컵은 앞서 79번의 고락을 함께 한 아내 유주연씨, 그리고 오는 7월 태어날 첫 아이 축복이(태명)와 함께 들어올렸다.
이경훈은 인터뷰에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오래 기다린 우승이라 더 행복하다. 앞으로 출산까지 두 달 정도 남았는데 빨리 아기와 만나고 싶다. 완벽한 우승이다”며 기뻐했다.
레전드 최경주와 디펜딩챔피언 강성훈이 18번홀 그린서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 감격을 누린 이경훈은 “사실 최근 몇 달 사이에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캘러웨이의 일자형 퍼터로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이번 우승으로 더 자신감도 생기고 정신력도 강해질 것 같다”고 했다.
올시즌 라운드 당 퍼트 수가 28.59개로 투어 49위였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는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 1.60개로 출전 선수 중 6위를 기록했다. 그린 적중률은 80.56%로 출전 선수 중 공동 5위였다.
이경훈은 이날 우승으로 페덱스컵 랭킹을 84위에서 29위까지 끌어 올렸고 20일 개막하는 올해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출전티켓을 획득했다.
선두에 1타 뒤진 단독 2위로 최종일에 나선 이경훈은 2∼4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 선두로 뛰쳐나갔다. 위기는 16번 홀(파4)에서 찾아왔다. 4.5m 파 퍼트를 앞둔 상황에서 악천후로 경기가 2시간 30분 가까이 중단된 것. 경기가 재개된 후 이경훈의 파 퍼트가 홀컵에 못미치면서 공동 2위 그룹과 격차가 2타로 줄었다.
자칫 흔들릴 뻔한 상황서 이경훈은 오히려 쐐기를 박았다. 17번홀 티샷을 홀 1m 지점에 떨어뜨리며 가볍게 버디를 낚은 것. 이경훈은 18번홀서도 4번 아이언으로 핀을 직접 공략, 투온에 성공했고 12m 이글 퍼트를 홀컵 바로 앞까지 보내며 완벽한 우승을 마무리했다.
코로나19 확진 이후 복귀한 ‘텍사스 보이’ 조던 스피스(미국)는 고향 팬들의 응원 속에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18언더파 공동 9위로 마쳤다. 디펜딩챔프 강성훈은 11언더파 공동 47위에 머물렀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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