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관의 내 아이와 영어산책] 코로나19로 인한 영어 격차

2021. 5. 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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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조 원.

지난 14일 영국 교육정책연구소가 밝힌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피해를 입은 영국 학생들의 학습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필요한 돈이다. 보고서 원본 〈영국의 교육 회복과 회복력(Education Recovery and Resilience in England)〉을 찾아 읽어 봤다. 보고서는 학생들이 잃어버린 학교 시간과 학습손실로 인해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가 줄었고,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손실은 국가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내가 이 보고서를 눈 여겨 본 이유는 영국의 교사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학교급별 학생에 대한 구체적이고 발빠른 교육 손실 복구 방안때문이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도 가난한 학생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학생에 비해 학업 성적이 낮았는데, 코로나19 상황 중과 후에 이러한 격차는 더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고, 이들의 평생 소득 손실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손실은 학생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국가 경제와 결부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코로나19의 출현으로 세상이 BC(Before COVID19)와 AC(After COVID19)로 나뉘는 건 당연지사고, 우리보다 빨리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나가는 영국에서는 이미 국민(학생)의 교육 손실을 걱정하며 폭탄 퍼붓듯이 수십조를 교육에 투입하려는 것이다.

영국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The empire on which the sun never sets)’의 지위를 누렸고, 최근에는 브렉시트 등으로 유럽 전체를 상대로 맞짱 뜨기도 한다. 오늘날까지도 대영제국을 유지하는 영국의 힘은 단언컨대 교육이다. 일본 인구의 절반도 안 되고, 우리나라 보다 조금 많은 인구로 여전히 세계 정치, 경제, 사회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중요한 위치를 유지하는 영국이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릿지로 대변되는 세계 최고의 대학을 보유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은 교육이다. 이들이 코로나19로 자국의 교육 근간이 흔들리자 왜 서둘러 수십조를 쏟아 부으려고 하는지 자명하다.

며칠 전 밤 집에 가다가 영어학원에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재난 상황에서 길 잃지 않기 위해 줄서서 나가듯이 타야할 학원버스를 놓치지 않도록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줄서서 노란 버스에 올라타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상황도 아이들의 학구열을 못이기는 구나는 생각, 반면 저런 학원에 못 다니는 가난한 아이들은 코로나19 덕분에 몇 년을 더 방치 당하는구나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 씁쓸했다. 영국 교육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영어를 넣어 보면 이렇게도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도 가난한 학생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학생에 비해 영어 성적이 낮았는데, 코로나19 상황 중과 후에 이러한 격차는 더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고, 이들의 평생 소득 손실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정채관 우버객원칼럼니스트 인천대 영어영재교육연구실 책임교수 / 《내 아이와 영어산책: 영잘알 부모의 슬기로운 영어 공부법》 대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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