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민주당 자체 분석..'그들은 왜 돌아섰나'

강청완 기자 2021. 5. 1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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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4·7 재보선 <서울시 유권자 대상 포커스 그룹 인터뷰 보고서> 입수


민주당에 지난 4·7 재보선 패배는 특히 뼈아픈 참패였다. 11년 만에 서울시장 자리를 내줬을 뿐 아니라 서울 25개 구에서 단 한 곳도 이기지 못했다. 전국 선거로 따지면 2016년 총선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까지 4연승 이후 겪은 첫 패배였다. 재보선이 끝나고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당도 재보선 직후 패인 분석에 착수했다. 역대급 패배였던 만큼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왔다.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이하 FGI)를 돌렸다. 일반 여론조사가 숫자로 나타나는 양적 연구라면 FGI는 심층 분석이 담긴 질적 연구에 가깝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 가운데 이번 재보선에서 지지를 거둔 유권자들과,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잔류)들로 정했다. 지지를 거둔 이들은 기권표를 던진 그룹(탈동원;기권)과 아예 다른 당 후보를 찍은 그룹(전향)으로 또 다시 나눴다. 이들을 세대별, 성별로 분류해 4월 17일부터 23일까지 7차례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SBS는 지난 5일 발간된 보고서를 입수해 11일, 8시 뉴스에서 보도했다.
▷[단독] "조국 · 부동산 · LH"…민주당 '이탈 지지자' 보고서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315012&plink=THUMB&cooper=SBSNEWSPROGRAM ]

(이탈층) 조국 사태, 4050은 "상실 · 박탈감", 2030은 "내로남불"

보고서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이탈층, 즉 이번 재보선에서 지지를 거둔 유권자들의 패인 진단이다. 이탈층은 (보고서 순서대로) 조국 전 장관 이슈와 검찰 개혁, 부동산/LH 사태, 박원순 전 시장 성추문 등을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주된 이유로 꼽았다.

먼저 조국 이슈와 관련해선 세대별로 받아들이는 자세와 느끼는 감정이 조금씩 달랐다. 40대와 50대 유권자 그룹에선 상실감, 박탈감 또는 배신감 같은 정서가 주로 언급됐다. "작년에 고3 딸 입시 치르면서 실망감 박탈감을 엄청 많이 느꼈어요…그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구나"(전향, 40대 여성) "내가 내 자식에게 못 해주는 게 죄인가? 할 정도로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전향, 50대 여성)와 같은 의견들이다.


반면 20대와 30대 유권자 그룹은 '내로남불', '위선'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현 정권의 위선을 제대로 보여준 게 조국 사태"(전향, 20대 여성), "너무 안 그럴 거 같은 사람이 그렇게 사건이 터지고 그게 오래 가고"(기권, 20대 여성), "단지 문제가 된 건 조국 전 장관이 이 정권이 되면서 트위터를 많이 했다는 거죠. 나는 청렴한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어쨌든 잡티가 나왔으니까 문제가 되는 거고"(전향, 30대 남성) 등과 같은 언급 등이다. 조국 사태가 '지지 이탈의 시발점'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재보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지 않았지만 다른 당 후보에도 표를 주지 않은 '기권' 그룹에선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양가적 감정도 나타났다. "반반의 마음이 있어요. 내가 조국이라면 과연 내 딸들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과 정의사회, 청렴결백 등을 따진다면 단호하게"(기권, 50대 여성) 등의 의견 등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되 "빨리 정리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탈층) 검찰 개혁에 "정당성 부족"…"윤석열 배신" 의견도…부동산엔 "상실감"


검찰 개혁 이슈와 관련해선 이탈층 내에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개혁은 필요하지만 무엇을 개혁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정당성 확보 실패), 실력 또는 성과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먼저 쏟아졌다. "건들기는 제일 많이 건드렸는데 엄한 것만 계속 터진다는 생각"(기권, 20대 남성), "그냥 윤석열만 띄워주게 된 상황"(기권, 50대 남성), "민주당에서 말하는 검찰 개혁이 뭔지 모르겠다"(전향, 40대 남성) 같은 의견 등이다. "부동산 등 다른 경제 문제가 시급한데 우선순위가 잘못됐다"(전향 30대 여성)는 의견, 심지어 윤석열 전 총장과 검찰에 대한 호감도가 더 올라갔다는 의견(전향, 20대 여성)도 나왔다. 반면 "검찰 개혁은 잘 되지 않았지만, 결국 윤석열 전 총장이 자신을 살려준 문재인 대통령을 배신한 것"이라는 양비론(기권, 40대 남성)과 공수처, 기소권 이양 등으로 성과가 있었다는 긍정적 평가(기권, 50대 남성)도 존재했다.

부동산 문제를 논한 대목에선 '부동산 쇼크 "욕망의 억제인가, 희망의 좌절인가"'라는 부제가 붙었다. 현 정부 4년 동안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집 마련의 희망이 좌절된 데 대한 상실감이 진하게 나타났다. "평생 모아도 저거를 살 수 없구나"(기권, 30대 여성), "전세 살다 몇 년 차근차근 모았다가…내 집 마련하는 희망을 갖고 살았는데 그런 희망도 없고 눈 뜨면 몇억 씩 올라가고"(전향, 50대 여성) 같은 의견들이다. 1주택자 세 부담 증가와 공시지가 상승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관련해 정부와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머리 맞대고 하나 만들기에도 너무 어려운데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이) 27번, 28번 나왔다는 건 제 입장에서는 제대로 생각을 안 하고 만든 것 같아요"(기권, 30대 남성), "그분(부동산 정책 책임자로 추정)을 거기 앉힌 건 대통령이 승인 낸 책임이잖아요"(기권, 50대 남성) 등이다. LH 사태와 관련해선 "내로남불", "꼬리 자르기"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탈층) 박원순 전 시장 사태 "2030 여성의 주된 이탈 요인"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직접적 원인이 된 박원순 전 시장 성추문 사태는 2030 여성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심지어 오세훈 후보 쪽으로 돌아서게 된 주된 요인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민주당을 뽑는 건 진짜 아니지 않나"(전향, 20대 여성), "본인들이 무슨 행동을 해도 내가 하는 건 다 정의고 올바르고 정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하는 것 같아요"(전향, 20대 여성) 등이다. 당헌당규를 고쳐 후보를 낸 데 실망감을 느꼈다는 의견도 여럿 있었다. "한 번 한 말인데 안 지킨 게 더 실망이 컸어요"(전향, 30대 여성), "출마를 안 시키겠다고 얘기를 했으면 지켜야 되는데"(전향, 50대 남성)과 같은 의견들이다.
이번 정부가 역점을 둔 일자리 문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 실망감을 느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 못 했다"(전향, 20대 남성), "이것만큼 그래도 했다 라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기권, 30대 여성)" 등이다. 한 50대 참가자는 일본처럼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한참 논란을 빚은 '인국공 사태'에 대한 박탈감을 호소하는 30대 남성도 있었다.
 

(이탈층) 코로나 백신, 대북/대중국정책, 젠더 갈등…"책임 회피, 편 가르기가 문제"


이 밖에 코로나 대응과 현 정부의 대북/대중국정책, 젠더 갈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선 백신 확보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두고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북/대중국 정책과 관련해선 자국민 마스크 확보 이전에 대북지원책 발표, 북한 연락사무소 폭파사건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는 의견이 있었다.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중국에 너무 저자세 외교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젠더 갈등 문제는 특히 2030 그룹에서 첨예한 이슈였다. 대체로 20대와 30대 남성들에게선 피해 의식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전용주차장, 여성할당제, 공기업/여경 업무에 대한 배려 등 주로 제도적인 부분에서 나타나는 정부여당의 친페미니즘 성향에 반감을 나타내는 의견이 많았다. 20대, 30대 여성들은 "여성 군복무제는 퇴행적 방향으로의 형평성 요구", "취업 시장에서 여성 차별을 체감한다"는 현실적 어려움, "젠더 갈등을 부각시켜 다른 갈등과 차별을 은폐하는 건 아닌가 생각" 등의 의견을 피력했다.

위와 같은 이슈 토론을 통해 이탈층은 공통적으로 1)사과 부재/책임 회피, 2)적대적 갈등 동원(편 가르기)이라는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런 태도가 반복되면서 오만하고 무책임한 이미지가 공고화됐다는 것이다. 조국, 윤미향 사태 등 악재가 터졌을 때 "사과조차 제대로 안 하는 걸 보면서", "잘못을 했다든지 그런 거에 인정하는 게 전혀 없었다"(기권, 20대 남성) "귀 닫고 눈 감고 계속적으로 자기가 생각했던 사법 개혁에 대해서만 밀고 나가려고 하다 보니까 오히려 국민들의 지지도 떨어지고"(전향, 30대 남성), "뚜렷하게 해명이나 반성을 매체를 통하거나 뉴스를 통해서 국민들이 호응할 만한 게 전혀 없었다"(전향, 50대 여성) 같은 의견들이 이를 말해준다. 대통령 발언을 두고 "항상 하는 말이 부동산 적폐라고 하면서 편을 가르더라고요…(코로나 방역 관련해서) 간호사가 수고했다고 하면서 의사들은 배제하고"(전향 30대 남성)와 같이 '편 가르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잔류층) "수구세력 · 보수 언론의 공세"…박원순 사태는 '모두 부정적'

반면 이번 재보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잔류층의 목소리는 상당히 달랐다. 특히 조국 이슈나 검찰 개혁, 부동산 문제 등 굵직한 이슈를 중심으로 "야당 등 수구세력과 보수 언론의 공세"라는 의견이 두드러졌다. "수구적인 세력들이 현 정권을 흠집을 내려고 크게 만든 이슈가 첫 번째 조국, 작년에 추미애 갈등 이슈, 최근에 LH 사건을 집요하게 이슈로 부각시키면서 흠집을 내려는 것"(잔류, 50대 남성), "부동산 정책이 시행되고 3, 4년 뒤에 효과가 나온다고 하는데…어떻게 보면 덮어쓰고 있는 느낌"(잔류, 20대 남성) 같은 의견들이다. "매스컴들의 장난에 일부 국민들이 현혹되고 있는 것 같다"(잔류, 50대 남성) 같은 목소리 등이다.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선 이탈 지지층과 달리, 잔류 지지층에선 비판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부정적 평가도 공존했다. 주로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서는 빨리 정리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저는 조국을 감싸면 안 됐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명확하게 잘못한 부분이 있었고 가족들 일이라고…윤미향도 할머니가 노망나서, 서운한 게 있어서 이러는 거라고 감싸는 자체는 잘못되게 보였거든요"(잔류, 30대 여성), "국민의힘은 차라리 액션이라도 취하는데 그것도 안 하는 걸 보면서 너무 국민을 가볍게 보는 게 아닌가"(잔류, 20대 남성). 가격이 폭등한 부동산 문제와 LH사태, 주로 20대 남녀를 중심으로 젠더 이슈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다만 박원순 전 시장 성추문과 관련해선 잔류 지지층에서조차 옹호하는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긴 했지만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인심을 계속 얻으려고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고"(잔류, 20대 여성), "과거를 보면 좋은 일도 많이 하셨고 그런데, 그것과 많이 다른 부분들이 나타나니까 더 배신감이라고 할까"(잔류, 30대 남성)와 같은 양가적 감정 등이 두드러졌다.
 

"안정과 민생 중심 우선순위, 탈(脫)네거티브가 생존 조건"

보고서는 말미에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민주당의 세 가지 생존 조건(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안정과 민생 우선 노선, 두 번째는 우선순위 재정립, 세 번째는 포지티브 기반 경쟁이다.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시사인과 한국리서치가 공동 진행한 <총선인식조사>에서 "안정 우선" 응답이 70%, "개혁 우선" 응답이 26% 가 나온 결과를 인용해 현 정부가 권력 개혁보다는 부동산/코로나/일자리 등 민생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보고서는 '권력기관 개혁은 승리 후 차기 과제'로 넘겨야 한다고 썼다.

포지티브 기반 경쟁을 언급한 부분에선 "네거티브 패러다임에서 탈피해야 책임 전가와 오만의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당내 다양한 혁신의 목소리를 네거티브로 잠재워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이번 재보선에서 다른 후보를 뽑은 20대 남성은 "누가 덜 더럽냐 싸움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걸 획기적으로 탈피해서 진짜 맞는 정책을 해놓고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만한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힘들다고 보는데"라고 언급했다.

보고서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1년도 남지 않은 차기 대선에 대한 진단이다. 재보선 바로 다음에 치러지는 선거가 대통령 선거인만큼, 어쩌면 이번 보고서에서 민주당에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우선 '이번 보선은 대선의 전초전인가?'라는 소제목 하에 이번 보선은 '일시적 단기 선택'이며, '"선관망 후선택" 층이 다수'라고 분석했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 지지를 거둔 기권/전향 그룹 가운데 일부는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비록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선 졌지만 내년 대선에선 희망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기간 일 벌리지 마라"는 냉소적 태도는 민주당의 부담 요인이며, 기존 민주당 내에서 새로운 리더십 창출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낮다는 한계를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아직 좀"…이재명, 윤석열 기대론도

민주당에 실망한 이탈층 표심의 향방에 대한 분석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우선 보고서는 '국민의힘은 대안인가?'라고 물은 뒤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분석했다. 국민의힘이 김종인 체제에서 수행한 탄핵 사과와 인적 쇄신에 대해선 좋은 평가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보궐선거의 선택은 "정권 심판을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이 이른바 '수구세력'이라는 극단적인 반감에선 벗어난 상태지만, 혁신과 대안 정당으로서 신뢰 회복과는 아직 거리가 멀고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혁신의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차기 대선 주자 가운데 여야 진영에서 지지율이 가장 앞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언급과 이에 대한 분석도 눈에 띄었다. 이재명 지사에 대해선 주로 "화끈하다", "주관이 확실해 보인다"는 긍정적 평가가 다수였지만 "너무 파격적이어서 무섭다", "포퓰리즘 성향이 있는 것 같다", "공포심을 심어주고 사회주의적 느낌이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았다. 윤석열 전 총장은 '베일 속의 대안'(보고서상의 표현)으로 언급됐는데. "강단의 리더십이 있다", "그나마 가장 나은 대안 같다"는 의견들이었다.
 

집단 인터뷰, '누가, 왜, 어떻게, 얼마나' 알 수 있어…"향후 전략 수립에 유용"

사실 위 요약한 보고서의 내용은 크게 새롭거나 놀라운 내용들은 아니다. 일부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 다들 이미 알고 있거나 혹은 적어도 한 번쯤 들어본 내용들이다. 일이 생겼을 때마다 매번 나오던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다만 지난해 총선까지 민주당을 지지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민주당 스스로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조사, 분석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어 보인다.


민주당 의뢰로 이번 조사를 수행한 정한울 박사(한국리서치 전문위원)는 "일반 여론조사의 경우 찬성 몇 %, 반대 몇 % 이런 숫자를 알 순 있지만 찬성하면 왜, 얼마나, 어떤 이유로 찬성하는지와 같은 세부 내용은 알 수 없다. 그러한 정보는 오직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서만 분석 가능하다"고 조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즉 일반 여론조사가 현상을 피상적으로 드러낸다면 FGI는 '왜, 얼마나, 어떻게' 등 심층적인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FGI의 경우 완전한 일반화는 불가능하다고 한계도 언급했다. 정 박사는 "이번 조사에서 조국 사태가 이탈의 시발점이다, 이런 표현이 나타나는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탈자에게 조국 사태가 영향을 줬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이탈의 시발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표현 정도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조사의 경우 잔류층과 이탈층이 특정 이슈에 대한 태도에서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살펴보고 분류하는 작업에선 굉장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이어 이번 조사의 활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패배했으니 그 후속 대책으로 우선 사과가 필요하고, 다음으로 대안이 필요하잖아요. 그렇다면 우선 사과를 누구에게 할 것이며 어떻게 할 것인지 메시지의 기조나 강도를 정할 때 참고할 수 있죠." 잔류 그룹을 타깃으로 한다면 보수 야당 책임론을 강조해서 결집을 시도할 것이고, 이탈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탈층이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이야기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는 설명이다. 정 박사는 "어떤 타깃을 정할 거냐 결정하고 어떤 메시지를 낼 거냐는 정치세력의 역할이지만 어쨌든 이런 데이터를 통해서 문제 원인 진단이나 반발의 강도나 이런 질적의 정보를 찾아내는 게 FGI의 주된 연구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도 무서워한 FGI…민주당에 약 될까

현대 정치에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를 가장 잘 활용한 정치인 가운데 하나로 미국의 42대 대통령을 역임한 빌 클린턴을 꼽는다. 클린턴은 대선 직후 "입후보자에게 포커스 그룹 참여자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수 의견의 지나친 일반화라는 한계만 주의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유권자의 실제 정서와 날것 그대로의 의견을 접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 유명한 "문제는 경제야, 이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선거 슬로건도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그 유용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민주당 서울시당은 지난 5일 발간된 FGI 보고서를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게 친전 형태로, 1부씩 보냈다. 서울시당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에서) 돌아선 사람들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대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조사를 계획했고 그 결과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다 같이 돌려보고 논의의 기초 자료로 삼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 11일 SBS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상당수의 의원들은 보고서를 제대로 열어보지 않았거나 받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번 보고서가 차기 대선 승리로 직행하는 금과옥조나 절대비급 같은 건 결코 아니다. 그저 일개 시당에서 작성한 한낱 보고서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4·7 재보선 패배 이후 쇄신 요구가 빗발치던 게 불과 한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마저 그때 잠깐뿐이었다. 아직 진행 중인 것들도 많지만 찻잔 속의 태풍, 아니 그냥 한 번 부는 바람 정도로 그쳤다는 게 외부의 평가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보고서가 민주당에 약이 될지, 그저 그런 보고서 가운데 하나로 잊혀질 지, 이제 활용은 민주당의 몫으로 보인다.

강청완 기자blu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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