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예/아니오' 말고 '예/아니요'로 답하세요

2021. 5.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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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이 국회에 불려가 진땀을 빼는 것은 미국도 비슷한 모양이다.

지금도 '예'에 대응하는 말로 '아니오'를 떠올리는 이들은 이런 기억 때문일 것이다.

답부터 말하면 '네'와 '예'는 동의어로 복수표준어다(표준어규정 18항). 둘 중 어느 것을 써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네'와 '예'를 대답하는 말로 함께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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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도 퀴즈풀이 등 '예/아니오' 답변을 요구받는 경우는 흔하다. 그런데 이런 데 쓰이는 '예/아니오'는 실은 틀린 말이다. '예/아니요'라고 해야 바르다.
사진=AP


기업인들이 국회에 불려가 진땀을 빼는 것은 미국도 비슷한 모양이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거대 정보기술(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얼마 전 미 의회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SNS에서의 가짜뉴스 확산에 대해 집중추궁을 받으면서였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이 CEO들에게 “예, 아니오로 대답하라”며 일방적으로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예’ 상대어는 ‘아니오’가 아니라 ‘아니요’

일상에서도 퀴즈풀이 등 ‘예/아니오’ 답변을 요구받는 경우는 흔하다. 그런데 이런 데 쓰이는 ‘예/아니오’는 실은 틀린 말이다. ‘예/아니요’라고 해야 바르다. “다음 물음에 ‘예/아니요’로 답하시오”와 같이 ‘예’에 상대되는 말은 ‘아니요’를 쓴다. 이때의 ‘예/아니요’는 각각 감탄사로 독립적인 단어다.

우리말에서 ‘아니오’와 ‘아니요’는 서로 다른 말이다. 지난 호에서 살핀 ‘책요?/책이요?’의 관계와도 연관성이 있어 많이 헷갈리는 사례 중 하나다. ‘아니오’와 ‘아니요’는 어떤 상황에서 쓰일까? 다음과 같은 대화를 그려보자.

“이게 당신 책이오?” “아니오.”(또는 “그건 내 책이 아니오.”) 이때의 ‘책이오/아니오’가 종결어미로 쓰인 ‘-오’다. 경어법으로는 ‘하오체(體)’다. 즉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의 활용형으로써, 어간 ‘아니-’에 하오할 자리에 쓰이는 종결어미 ‘-오’가 결합한 형태다. 하오체는 상대가 친구이거나 아랫사람일 때 격식을 갖춰 대접해 말하는 표현이다. 게다가 화자는 물론 상대방도 웬만큼 나이 든 사람이어야 어울린다. 그래서 하오체는 요즘 우리 말글살이에서 쓸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아니요’는 언제 쓰일까? 다시 앞의 대화로 돌아가자. “이게 네 책이니?” “아니요. 저게 제 책이어요.” 경어법이 달라졌다. 어른과 아이 사이에 묻고 답하는 상황이다. ‘책이니?’의 ‘-니’는 해라체 종결어미다. ‘아니요’는 어간 ‘아니-’에 존칭보조사 ‘-요’가 붙은 것이다. ‘아니’로 끝낼 수 있지만, 그러면 해라체로 반말이 되므로 윗사람에게 ‘해요체’로 답한 것이다. 이때 ‘아니오’라고 해선 안 되는 까닭 역시 이 말은 하오체로, 경어법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네’와 ‘예’는 의미 차이 없이 쓰는 복수표준어

‘아니요’의 품사 처리는 학자들 간 다소 차이가 있다. 학교문법에서는 ‘아니요’를 감탄사로 분류했다. ‘예/네’와 상대되는 말로 답할 때, 즉 윗사람이 묻는 말에 부정해 대답할 때 쓰는 말이다. 가령 “네가 유리창을 깨뜨렸지?”, “아니요, 제가 안 그랬어요”라고 할 때의 ‘아니요’가 감탄사다. 예전엔 이를 ‘아니오’로 썼다. 1992년 나온 한글학회의 《우리말 큰사전》에는 감탄사 ‘아니오’가 표제어로 올라 있다. 지금도 ‘예’에 대응하는 말로 ‘아니오’를 떠올리는 이들은 이런 기억 때문일 것이다. ‘네/예’ 역시 감탄사다.

참고로 ‘네’는 윗사람의 부름에 대답하거나 묻는 말에 긍정해 답할 때 쓰는 말이다. 간혹 이 ‘네’와 ‘예’를 두고 두 말의 쓰임새에 차이가 있는지, 심지어 어떤 게 맞는 말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다. 답부터 말하면 ‘네’와 ‘예’는 동의어로 복수표준어다(표준어규정 18항). 둘 중 어느 것을 써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표준어규정에서는 비슷한 발음을 가진 두 형태가 모두 널리 쓰일 경우, 둘 다 표준어로 삼는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행 표준어규정이 나온 1988년 이전에는 ‘예’만 표준어였다. 그런데 언중 사이에선 오히려 ‘네’를 더 많이, 보편적으로 썼다. 이에 따라 ‘네’와 ‘예’를 대답하는 말로 함께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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