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음주운전과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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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에 음주운전을 하고 크게 후회한 적이 있다.
술을 마신 후 어쩌다 차를 운전해 귀가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 앞에 온전히 주차되어 있어 소스라치게 놀랐다.
음주운전은 대부분 술도 마음껏 마시고, 운전도 마음껏 하겠다는 탐욕에 의해 일어난다.
국회에 나온 일부 장관 후보자에게서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고 음주운전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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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젊은 시절에 음주운전을 하고 크게 후회한 적이 있다. 술을 마신 후 어쩌다 차를 운전해 귀가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 앞에 온전히 주차되어 있어 소스라치게 놀랐다. 기억나지 않는 간밤의 일이 숨 막히는 스릴러로 여겨져 눈앞이 캄캄했다. 운 좋게 무사히 지나갔지만, 그 무사함이 오히려 끔찍한 느낌을 배가시켰다. 무사함에 익숙해져 나중에 같은 과오를 되풀이할까 걱정스러워지는 마음이 컸다.
음주운전은 대부분 술도 마음껏 마시고, 운전도 마음껏 하겠다는 탐욕에 의해 일어난다. 그 저변에는 자신이 취할 수 있는 편익은 어떤 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이기심이 깔려 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계산 따위는 아예 그 마음속에 없다. 남이야 어찌 됐든 욕심대로 하겠다는 뻔뻔함으로 인해 사람이 다치고 죽기까지 한다.
최근에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떠오른 단어가 이 음주운전이다. 국회에 나온 일부 장관 후보자에게서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고 음주운전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공직을 맡고, 나아가 벼슬까지 얻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그것이 기본적인 도리다. 그런데도 음주운전자처럼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남의 평판쯤은 아랑곳하지 않을 심산이라면, 또 자기 관리를 우습게 여길 요량이라면 그냥 '자연인'으로 살면 된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다 사실이라고 확정 짓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대중 앞에서 일부 오점을 드러냈다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 후보자들도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죄의 뜻을 내비쳤다. 청문회 때마다 유형도 다양한 갖가지 잘못이 불거지면서 '죄송 청문회'가 이어지고, 그럼에도 임명권자가 일방적으로 임명을 강행하는 무리수가 반복되는 이 악순환은 결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비난을 받고도 임명된 공직자들이 과연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게다가 지금은 현 정권의 임기 말이다. 어느 때보다 공직사회의 기강이 흐트러지기 쉬운 시점이다. 상처투성이인 채로 자리에 오른 장관들의 리더십이 '늘공(늘 공무원)'들에게 먹혀들기가 여의치 않을 때라는 얘기다. 공직사회는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그 취지와 디테일을 현장까지 실어 나르는 혈관과 같은 존재다. 그 혈관이 막히면 결국 정책이 막혀 여기저기서 경색 현상이 빚어지게 된다. 각 부처의 수장이 바르게 서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청문회라고 매번 볼썽사나운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지금까지 보기 드물었던 사례도 함께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인사청문회 자료를 봤더니 참 열심히 사신 것 같더라" "30년간 공직생활을 하시면서 깔끔하게 하신 것에 대해서 경의를 표한다"는 말을 들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가 그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10일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기자회견에서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은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따진다. 무안 주기식 청문회 제도로는 좋은 인재들을 발탁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우리 사회에는 안경덕 후보자처럼 잘 찾아보면 '깔끔하게 산' 공직 후보들이 얼마든지 있다. 없어서 못 찾는 것이 아니라 못 찾아서 없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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