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재에서] 후원제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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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휴대전화 번호로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한겨레21> 편집장 정은주입니다"라고 인사했을 뿐인데 오래전부터 잘 아는 듯 저에 대해 줄줄 이야기하십니다. 한겨레21>
2019년 3월 출범한 <한겨레21> 후원제에 후원금을 꾸준히 내주는 후원자들과 새로 참여한 후원자들께 5월11~12일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겨레21>
일부 후원자분은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끊었지만 대부분은 반갑게 받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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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옛날에 세월호 르포 기사 의미 있게 읽었어요. (2014년 유가족들과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도보로 걸어서 (전남 진도 팽목항까지) 가며 보고서 형식으로 기사를 썼던 것도 봤습니다. 어느 순간 되니까 편집장으로 오셨던데, 이제 할 만큼 하면 어디로 가나요?”
낯선 휴대전화 번호로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한겨레21> 편집장 정은주입니다”라고 인사했을 뿐인데 오래전부터 잘 아는 듯 저에 대해 줄줄 이야기하십니다. 저도 모르게 “아니에요, 아직 정년퇴직하려면 멀었습니다”라고 속사정을 털어놓습니다.
2019년 3월 출범한 <한겨레21> 후원제에 후원금을 꾸준히 내주는 후원자들과 새로 참여한 후원자들께 5월11~12일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부 후원자분은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끊었지만 대부분은 반갑게 받아주셨습니다. “정은주씨, 딴 데(미디어 스타트업 뉴닉) 가서 인턴 한 기사도 봤어요. 힘내세요. 제가 마음만 있고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1>이 더 잘했으면 하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도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지금도 초인적으로 일하는 것 같은데요. 통권호는 분량이 두 배이고 글씨도 아주 많고 고생해서 만드는 것 같은데. 편집장들이 연임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딱딱 바뀌던데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21> 후원제를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후원자들께 고마운 마음을 달력·다이어리 등 굿즈로 1년에 한 차례씩 전해왔을 뿐 체계적으로 소통하지 못했습니다. <21> 후원자는 한겨레 누리집에 들어와도 후원자 지위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작은 조직이라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탓이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후원자 모임도 지난 1년간 열지 못했습니다.
2021년 5월, 한겨레가 후원회원제를 출범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생겼습니다. 후원회원을 관리·지원하는 독립된 부서(후원미디어전략부)가 생기고, 한겨레 누리집도 후원회원과의 관계 중심으로 전면 개편됩니다. 디지털 독자를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라는 후원회원으로 맞아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더 강력하게 연결합니다. <21> 후원자들도 그 우산 아래 들어갑니다. 후원자/주주/구독자로 나뉜 정보를 통합(‘원아이디’)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지난 1년간 구축한 덕분입니다.
5월17일부터 한겨레 누리집에서 온라인 회원으로 간편 로그인하면 좋아하는 기자의 기사, 특정 이슈·연재를 구독하는 ‘디지털 구독’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불평등, 젠더, 기후위기 등 한겨레가 천착해온 이슈를 ‘구독하기’ 하면 관련 기사를 계속 받아볼 수 있습니다. 나만의 맞춤형 뉴스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입니다.
후원 방식도 다양해집니다. 기존처럼 일정액을 일시/정기로 후원할 수 있고(일반후원), 한겨레 주식을 구매하는 방식(주식후원)도 가능합니다. 일시후원은 5천원 이상부터 천원 단위로, 정기후원은 1만원 이상부터 만원 단위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1주당 5천원이며 50주 이상 10주 단위로 선택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는 1988년 <한겨레신문>이 주식을 파는 방식으로 국민 후원금을 모았던 것과 비슷한 형식입니다.
다시, 후원제를 처음 시작했던 그때로 돌아가 묻습니다. ‘<한겨레21>이 후원할 만한 매체인가.’ 애썼지만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더 치열해야 했고, 더 철저해야 했습니다. 그곳에서 반성하며, 그런데도 용기 내겠습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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