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막장을 조명한 '광부 화가' 황재형의 꿈

김지선 2021. 5. 1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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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80년대 강원도에 정착해 직접 광부로 일하며 탄광촌과 노동자들을 그리고, 폐광 이후에도 그곳에서 자연과 인물을 화폭에 담아온 화가가 있습니다.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대표 화가, 황재형인데요.

40년을 헤아리는 화가의 작품 세계, 김지선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검은 탄가루 대신 초록빛 봄이 자리 잡은 태백.

'광부 화가'로 불리는 황재형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곳입니다.

1980년대 태백, 삼척, 정선 등지에서 직접 광부로 일하며 탄광촌의 노동자들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황재형/화가 : "땀의 소중함이었어요. 노동의 무게라든가 삶의 깊이 이런 것도 그 차후로 얻어졌던 것이지만, 제일 먼저 느껴졌던 것은 그 노동의 가치였습니다."]

지하 갱도의 막다른 곳, 막장에서 동료의 불빛에 의지해 한 끼 밥을 먹으며 목숨 걸고 일하지만,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는 익명의 존재였던 광부들의 모습은 이 시대 노동자와도 닮았습니다.

광부들은 '조국 근대화의 기수' '산업 전사'로 불렸지만, 1989년 정부 정책에 따라 서서히 사라져 갔습니다.

쇠락해가는 탄광촌은 석탄가루와 오물이 뒤섞인 탄천 위로 처연히 노을이 지는 모습으로, 다 타버린 연탄재처럼 더는 설 자리가 없는, 은퇴한 광부의 눈물로 남았습니다.

압축 성장이 불러온 삶의 풍경, 대자연으로 시야를 확장한 작가는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그린 작품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쉽게 버려지는 머리카락은 작가의 손을 거치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주름, 표정으로 되살아납니다.

["눈물, 콧물(이 흐릅니다). 감정을 공유하고 일체가 되다 보면 그렇습니다."]

40년 세월 동안 우리 사회 곳곳의 '막장' 을 비추며 시대와 소통하고 있는 작가에겐 이루고 싶은 꿈이 더 있습니다.

[황재형/화가 :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설악산, 저기 한라산까지 달리고 싶어요. 그리려고. 참으로 아름답겠다 싶어서. 그것이 통일의 초석이 된다면 나로서는 할 바를 다 했다 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촬영기자:김상민/영상편집:박주연

김지선 기자 (3rdl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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