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입니다" [책에서 만난 문장]
――박승철, 2021,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나무』, 1, 2권, 글항아리, 10쪽.
최근 책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나무』 1, 2권을 펴낸 박승철씨는 조선시대 유학자 유한준의 글 가운데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며, 볼 줄 알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이 아니다”는 구절을 이와 같이 바꿔서 해석했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나태주의 시 「풀꽃」과 비슷한 주제 의식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23년간 나무와 꽃에 파묻혀 살아온 그는 왜 이렇게 노래하게 된 것일까요. 함께 노래가 태어난 곳으로 가보시죠.
아내의 동의로 서울시 공무원을 명예퇴직한 1998년, 박씨는 보통의 퇴직자들처럼 북한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산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처음 산에 올랐을 때에는 그저 나무, 꽃, 바위에 탄성을 질렀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날이 갈수록 그냥 나무가 아니라 소나무, 리기다소나무, 진달래, 철쭉이라고 구별하며 알아갔습니다. 식물도감을 사서 읽어보고, 야생화를 함께 즐기는 카페도 가입해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 도감이나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는 것에도 한계가 보였습니다. 카페에선 우리 생활에 분명히 자리 잡았음에도 자생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예종을 외면했고, 도감 역시 내용과 사진이 부족하고 일부 미흡한 대목도 눈에 들어왔던 것이죠. 예를 들면 ‘능금’에 대해 “열매에 남아 있는 꽃받침의 기부가 혹처럼 부푼 것이 사과와 다르다”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능금나무의 사진을 게재한 도감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꽃받침의 기부가 혹처럼 부푼’ 모양을 담은 도감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1998년부터 2020년까지 23년간 나무와 꽃 사진을 무려 150만장이나 찍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이죠. 각 종마다 꽃 사진은 물론 잎의 배열과 잎 모양, 열매, 줄기 등 최소 50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만 봐도 나무의 전모와 특징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몇 번이나 다시 나무 앞에 서야 했는지 모릅니다.
그는 이렇게 찍은 사진 150만장 가운데 이번에 4만장을 추려 1500여종의 나무를 다룬 책을 만들었습니다. 8권으로 출간할 계획으로, 이번에 409종이 담긴 2권을 먼저 펴냈고 내년까지 차례로 완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사진 크기도 작고 내용도 미흡해 나무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기존 도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종마다 그 특징을 보여주는 15장의 사진을 2페이지에 걸쳐 싣고 사진 위에 설명을 배치해 최대한 크게 담았지요. 정말 한눈에 나무를 알 수 있게 한 것 같습니다.
그 긴 세월 수많은 거리와 공원, 하천과 강, 야산과 구릉을 오르고 내렸을 박승철씨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알게 되자, 저 역시 그가 불렀던 노래가 다시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무를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고, 나무를 사랑하게 되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 보이는 나무는 예전에 보아오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게 됩니다.” 당신도 그렇지 않습니까.(2021.5.17)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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