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반지 낀 오세근 "농구만 생각했습니다"

박관규 2021. 5.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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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CG인삼공사 오세근이 14일 경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농구골대 앞에 서 있다. 이한호 기자

“마음을 비우고, 농구만 생각했습니다.”

안양 KGC인삼공사 오세근(33)은 팀 내 역사이자 명실상부한 KBL 레전드 반열에 오른 선수다. 2012년 구단 첫 우승을 이끌며 신인왕, 챔피언전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머쥐었고, 2017년에는 정규리그·챔피언전 통합 우승을 이뤘다. 역시 이때도 MVP는 오세근 차지였다. 그리고 2020~21시즌 포스트시즌 10연승이라는 신기록을 이루며 3번째 우승 반지를 꼈다.


10연승 신기록 우승…정규시즌 부진 털고 전성기급 활약

14일 경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오세근은 “예상치 못했던 우승이어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좋은 외국인 선수의 도움이 있었고 운도 따랐던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오세근은 “첫 우승 때는 이기자는 생각만 했던 것 같고, 두 번째는 선수들이 좋아 어느 정도 기대했다”며 “이번에는 정규시즌을 힘들게 치르다 보니, 생각하지도 못했다. 10연승을 기록하며 우승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 예전에 우승 반지 5개를 끼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절반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오세근은 정규리그 2라운드 막판 3경기를 쉴 정도로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6강·4강 플레이오프, 챔프전에서 이를 극복하고 우승에 결정적 역할(챔프전 평균 20.0득점, 6.3리바운드)을 했다. 첫 우승 당시 성적(17.5득점, 5.3리바운드)을 능가하는 활약으로, 이번 챔프전 MVP 투표에서도 제러드 설린저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MVP 설린저까지 “농구 지능 뛰어난 스마트한 선수” 찬사

설린저 또한 오세근을 NB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팀 던컨에 비유하며 “농구 지능이 정말 뛰어난 스마트한 선수다. 자리싸움에서 오픈 기회를 잘 찾는 부분에서 베테랑의 모습을 봤다”고 치켜세웠을 정도다. 오세근은 이런 칭찬에 고개를 저으며 “설린저는 NBA에서 활약한 선수답게 코트를 읽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본래의 임무인 빅맥 역할 뿐만 아니라, 선수 간 조화를 중시해 팀이 완전히 달라질수 있었다”고 설린저에게 공을 돌렸다.

안양 KCG인삼공사 오세근이 14일 경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우승 기념구로 슛 동작을 취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첫 우승은 롤 모델이었던 김주성 선배가 계신 DB를 꺾고 했는데, 당시에는 거침없었고 프로 첫 시즌이다 보니 기쁨이 어느 때보다 컸다”는 오세근은 “이번에는 비시즌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부침을 겪으며 출전시간이 줄었고 심지어 못 뛰는 날까지 생기다 보니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느덧 나이가 당시 노장이라고 여긴 김주성 선배보다 더 들어 마음속이 복잡했던 것 같다. 플레이오프에 임하면서 한 결심은,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머리를 비우고 농구만 생각하자는 거였다”며 “정리가 되다 보니 플레이도 조금씩 풀렸다. 이번 우승으로 인해 농구선수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성숙해졌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무릎 연골 닳아 뛰다보면 통증… 그래도 노련한 플레이 가능

안양 KCG인삼공사 오세근이 14일 경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우승 기념구를 돌리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이한호 기자

오세근은 몸 상태를 우려한 시선에 대해서는 “타 시즌에 비해 심각한 부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기존 외국인선수가 정통 포스트가 아닌 포워드 활동을 하다 보니 역할이 겹치기도 했고, 골 밑에서 궂은일을 해야 하기도 했다. 팀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론 조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세근은 중앙대 2학년 재학시절 국가대표로 선발돼 일찌감치 서장훈, 김주성을 잇는 특급 토종 빅맨 자리를 꿰찼다. 2014년 출전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주역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여파로 발바닥부터 발목, 무릎, 어깨 등에 큰 부상을 입어, 팬들은 오세근이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걱정이 앞선다.

오세근은 수술 자국이 선명한 오른쪽 발목을 보여준 후 왼발을 들어 보이며 “발목 인대가 끊어져 몸을 지탱해주지 못하다 보니 오른발로만 서 있을 수가 없다. 무릎은 연골이 거의 닳아 뛰다 보면 통증이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농구가 개인 종목처럼, 자신의 기록만을 구현하기 위한 스포츠였다면 난 벌써 끝났을 것”이라며 “지금은 예전 수준의 운동능력을 보일 수는 없지만, 대신 여러 노련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쌍둥이인 첫 아이가 6살… 부끄럽지 않은 아빠 되고 싶다

오세근은 “팀 전술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명확하게 역할만 부여해준다면 거기에 맞춰 진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농구에서 모든 것을 이룬 최고 선수답지 않은 의욕이다.

오세근은 “쌍둥이인 첫 아이가 6살인데, 아빠가 농구선수인 것을 알고 있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면서 “중학교 때 농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설렘으로 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한다. 앞으로도 지켜봐 달라.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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