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위기에 처한 인류 '최고'의 예술품 [김동욱의 하이컬처]

세계 최고(最古)의 미술 작품이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무려 4만~4만5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석회동굴 고대벽화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심한 손상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주 그리피스대 등의 조사에서 술라웨시(Sulawesi) 동굴벽화가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주요 동굴벽화들에 대한 분석작업 결과, 동굴 표면에 염정작용(鹽晶作用·haloclasty)이라 불리는 염분의 결정화 작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바위 표면에 균열이 생기고 벽화의 칠이 벗겨지는 현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 최초의 미술 작품이라는 4만5000년 전에 그려진 술라웨시섬의 동굴벽화 속 돼지그림

술라웨시 동굴벽화는 300여 곳에서 2만∼4만5000년 전에 그려진 그림들이 몰려 있는 곳입니다. 유럽 대륙의 라스코나 쇼베 동굴 벽화보다 더 오래전에 그려진 그림들로 인류 최초의 회화 작품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올 1월에 발견된 멧돼지 그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4년 발표된 '손바닥 그림'은 3만99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바위에 손을 대고 붉은색 안료를 뿌려 손 모 양을 스텐실처럼 찍어냈습니다.

문제는 술라웨시가 위치한 지역이 몬순 활동이 활발해 지구상에서 대기가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란 점입니다. 염정작용이 빠르게 진행돼 벽화의 표면이 벗겨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엘니뇨 현상이 이 지역의 가뭄을 심하게 했다가 이어지는 우기에는 강우량과 습도를 높여 염정작용이 가속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류 초기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독특하면서 대체할 수 없는 귀중한 문화유산이 속절없이 훼손되고 있다는 소식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게 합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지만 인류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유지됐던 예술작품도 유한성을 벗어나진 못하는 모습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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