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현장 없이는 정책도 없다

김정민 2021. 5.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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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급 공개경쟁채용시험(舊 행정고시)에 합격한 채용후보자 316명이 국가인재원에서 공무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17주간의 교육에 돌입했다. 이들은 교육이 끝나면 곧바로 각 부처에 배치되어 정책 현장에 투입된다. 5급 사무관은 중앙정부의 허리역할을 담당하는 정책 실무자이기에 이들이 얼마나 일을 잘 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역량과 국민의 행복이 결정된다. 국가인재원장으로서 어떻게 이들을 국민에게 신뢰받는 ‘일 잘하는’ 공무원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인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독수리는 이론이 아닌 실전에서 나는 법을 배운다. 알에서 나온 새끼가 자라서 깃털이 생길 때쯤 어미는 새끼를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새끼 독수리가 허공에서 파닥거리며 떨어질 때마다 어미는 자신의 날개로 새끼 독수리를 감싸고 인도한다. 그 과정을 반복하며 새끼 독수리는 자연스레 나는 법을 배우고, 어느 새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간다. 공무원 교육이 나가가야 할 방향이다.

필자는 국가인재원 원장으로 취임한 후 교육 내용은 현장과 실무 중심으로, 교육 방식은 참여형ㆍ실습형으로 전면 개편했다. 특히, 정책교육은 교육생들이 실제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느끼고, 경험한 후 직접 정책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과감하게 혁신했다. 정책은 생생하게 살아있고,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상황에 따라 정책의 결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최대한 현장과 유사한 상황에서 정책과정을 충분히 알고 준비해야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우선, 경제·사회 분야별로 다양한 정책들을 선별한 뒤 담당 공무원을 초빙해서 정책과정을 교육생들에게 알려주고, 그 과정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했다. 정책 이슈가 제기된 상황은 무엇인지, 왜 이 대안을 선택했는지, 관계부처 협의는 어떻게 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등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후 법령마련과 예산 확보, 정책 홍보 등 일련의 정책 수립 과정을 모두 생생하게 전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교육생들에게 자신이 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해 참여와 몰입의 동기를 부여했다.

전직 고위공무원 출신 정책학습지도교수들의 지도하에 5가지 정책 별로 주요 쟁점을 정책담당자 입장에서 토론하고, 직접 보고서를 작성한후 이에 대해 1:1 피드백을 받게 했다. 그 후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직접 정책을 설계함으로써 정책과정을 자연스럽게 체화하도록 했다. 또한 경제부처에서 근무할 교육생들이 사회부처의 정책을, 사회부처에서 근무할 교육생들이 경제부처의 정책을 분석하고 정책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각 부처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향후 부처 간 소통과 협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다양한 정책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부처의 주요 정책을 찾고 분석하는 힘든 과정을 겪었다. 정책 담당자를 만나 경험과 노하우 전수를 요청하고, 이를 강의에 녹이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실제 담당자여야만 생생한 경험을 전할 수 있기에 갑작스런 현안으로 강의를 못 하게 되면 정책교육 전체 일정을 조정하는 어려움도 감수했다.

그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만족도가 대폭 상승했다. “갓 발령받은 신규공무원 맞아요?” 지난해 배출한 교육생이 부처 배치 후 들었다는 말이다. 혁신을 추진한 긴 과정이 보람으로 다가온 순간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는 “교육의 위대한 목표는 앎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했다. 교육은 지식을 제공하는 것에 더해 실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인재원은 현장과 참여 중심의 ‘정책교육’이 공무원의 정책역량을 강화하여 국가발전과 국민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계속 고도화 해 나갈 계획이다. 어떤 공무원이 어떤 직무를 맡더라도 질 높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도록 모든 공무원의 정책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국가인재원의 존립 이유다.

<박춘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김정민 (jm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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