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슈퍼위크]②한미정상 '한반도 비핵화' 공감대..'디테일'에 관심

김정현 2021. 5. 1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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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21일 한미정상회담
美바이든 '대중견제' 목적..文은 한반도평화 관심
한반도 비핵화 美호응 이끌기 '사활'..용어정리도
한미일 공조강화도 테이블 오를듯..한미 '주고받기'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이번주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은 급변하는 국제 안보·외교·경제 상황 한가운데서 열린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인식된다.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회복하려는 미국과, 도약하려는 중국, 악화일로 한일관계, 교착 상태의 대북상황이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서, 문 대통령이 미국과의 만남에서 실리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대면하는 文-바이든, 한반도평화 시험대

오는 2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이 미국에 갖는 의미는 비교적 명확하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국가간 만남이 쉽지 않은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 일본총리를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대면했고, 문 대통령을 두 번째로 만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한국 및 일본을 중시하는 것은 중국 견제에 특히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정책은 예상보다 강경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미국의 ‘잠정 국가안보전략(NSS)’을 보면 미국은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했고, 대중 견제 전선에서 관련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핵심 동맹국으로 설정한 것이다.

반면 문 대통령의 경우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엉켜버린 대북정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 하에서 가장 유의미한 변화가 무엇이라고 보나’는 질문에 한반도평화의 진전을 첫손에 꼽았을 정도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당시는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의 전쟁의 먹구름이 가득했다”면서 “위기 상황 속에서 평창동계올림픽과 세 차례 남북회담, 두 차례 북미회담을 이끌어 냈다”고 회상했다. “끝까지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것이 평화를 유지시켰다”며 “조금만 더 노력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비핵화를 이룰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생겼다”고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 본인이 취임 기간 중 가장 유의미하게 생각하는 대북정책이 결실을 빚기 위해 이번 회담이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을 대화의 길로 더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협의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마주 앉아 협의할 기회가 주어진 만큼, 북한이 호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정책 관련 용어부터 미국에 설득하고 있다. 특히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다. 비핵화의 정의를 한국과 미국, 북한이 제대로 공유하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용어를 사용하던 미국이 최근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도 문재인 정부의 물밑 노력이 바탕이 됐다고 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하에서 ‘비핵화’ 용어에 대한 남북미의 정의가 미묘하게 달랐고, 이 점이 대화 단절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는 용어의 정의를 보다 디테일하게 하기 위해 사전 작업에 공을 들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외교가에 따르면 비핵화 용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 조선반도 비핵화다. 북한의 비핵화의 경우 북한만 비핵화하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전역에 핵 프로그램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한때 북한이 주장했던 것인데,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까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대북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북한이 미국의 핵우산도 안 된다는 개념이라고 주장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북한은 ‘북한의 비핵화’ 용어에 반발이 심하다. 북한에만 비핵화를 강요하는 것은 북한 체제에 위험이 될 수 있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용어를 사용하면서, 용어 합의를 비롯해 한미간 대북정책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회담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성명으로 발전시키고, 향후 돌발상황이 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간극을 미리 조율하는 등의 디테일한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文, 北이슈 취하고 한미일 공조 강화 수순

한편, 문 대통령이 한미회담에서 대북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라도 한미일 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 한국을 순차적으로 만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미국에 있어 한일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문 대통령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대북정책과 한반도평화를 꼽고 있는 만큼 미국에게서 관련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한국도 일본과 갈등을 풀고 협력할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한미일 3자 회담 일정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음달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3국이 따로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한미일 공조에 적극 임하는 한편, 한일상황과 관련한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미국에 이해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용어 대신 ‘한반도 비핵화’ 용어를 사용하고 싱가포르 합의를 수용하는 등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 회담에서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들어가는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think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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