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난도 '공포의 9분' 극복.. 中, 러 기술력 흡수 급성장 [中 탐사선 화성 착륙]

이귀전 2021. 5. 1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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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원1호' 성공 의미
화성 대기권 진입→ 하강→ 착륙
자동운행 1초라도 착오 땐 실패
탐사로봇 '주룽' 제 역할 다하면
美 이어 두번째 지표 탐사 성공
"지구인 여러분 오래 기다렸다"
화성 도착 알리는 메시지 전송
화성탐사로 기술력 세계 과시
中 누리꾼들 "美 넘어서" 흥분
15일 중국의 첫 화성 무인 탐사선 ‘톈원 1호’가 화성 착륙에 성공하자 베이징 우주관제센터 연구원들이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중국은 무인탐사선 ‘톈원 1호’의 화성 착륙으로 미국이 사실상 독주해 온 우주 탐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냈다. 특히 톈원 1호는 난도가 가장 높아 엄청난 기술력을 요구하는 마지막 ‘공포의 9분’을 무사히 통과하면서 미국과 대등한 우주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게 됐다.

톈원 1호는 지난해 7월 23일 발사돼 7개월 만에 4억7000여만㎞를 비행 후 지난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한 뒤 정보를 수집해오다 화성 착륙을 위해 대기(待機) 궤도로 내려왔다. 대기 궤도는 탐사선이 본 임무 전 임시로 도는 궤도를 말한다.

대기 궤도에 머물던 톈원 1호는 15일 오전 1시(중국시간)쯤 하강해 화성 진입 궤도에 들어서며 화성 착륙을 시도했다.

착륙선이 궤도선에서 분리돼 나온 뒤 화성 대기권 진입·하강·착륙(EDL)까지 하려면 시속 2만㎞에서 제로(0)로 속도를 줄여야 한다. 흔히 ‘공포의 9분’이라 불리는 최고 난도 구간이다.

화성은 달과 달리 대기가 있어 착륙 중 마찰열이 발생한다. 하지만 낙하산을 지탱할 만큼 대기가 풍부하지 않아 감속을 위해선 역추진 엔진, 공기 역학 시스템 등을 운용해야 한다. 단 1초라도 작동에 착오가 발생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무선 신호가 지구에 도달하는 데만 최대 20분이 걸려 관제소의 제어 없이 탐사선이 자동으로 착륙 과정을 마쳐야 한다.
착륙선은 캡슐에 둘러싸인 채 궤도선에서 분리돼 화성 지표 125㎞ 상공에서 낙하를 시작했다. 공기 역학 시스템을 적용해 초기 속도의 90% 가까이 감속하고, 이후 대형 낙하산과 역추진 엔진을 활용해 속도를 줄였다.

특히 화성 지표면 100m 부근에선 ‘호버링(공중 정지)’을 하며 레이저 유도 시스템을 사용해 장애물 유무를 확인한 뒤 화성에서 가장 큰 분화구(지름 3300㎞)인 유토피아 평원에 착륙했다.

대부분 EDL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데 중국은 이를 한 번에 돌파한 셈이다. 유럽도 착륙 과정에서 실패했다.
착륙 상황 모니터 15일 중국 베이징 우주관제센터 연구원들이 중국의 첫 화성 무인 탐사선 ‘톈원 1호’의 착륙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톈원 1호의 탐사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 ‘주룽’은 7∼8일간 착륙지점 주변 환경을 살피고 착륙선에서 내려와 약 3개월간 화성 토양과 수분, 지질 특징 등을 조사한다. 주룽이 제대로 작동하면 중국은 미국에 이어 2번째로 화성 지표면 탐사에 성공한다. 중국 정부는 ‘주룽’이 15일 밤 화성 도착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전문을 공개했다. 주룽은 ‘화성 도착! 지구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한 메시지에서 “오늘 화성 표면에 도착했다. 이 순간, 여러분을 오래 기다리게 했다”며 착륙 과정과 탐사 계획 등을 설명했다.

착륙 지점은 과거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해안가로 생물체 흔적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추정된다. 톈원 1호의 궤도선은 지구로 통신을 중계하고, 화성시간으로 1년(약 23개월) 이상 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한다.

톈원 1호 착륙에 성공한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굵직한 우주 프로젝트를 잇달아 진행하며 미국과의 경쟁이 본격 점화될 전망이다. ‘우주굴기’를 내세운 중국이 러시아의 기술력을 흡수하면서 미국이 독주해 온 우주탐사 부문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성에 착륙한 톈원 1호의 상상도.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미국은 톈원 1호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7월 30일 탐사선을 발사해 올해 2월 화성에 도달한 뒤 자국의 5번째 화성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를 착륙시켰다. 퍼서비어런스는 착륙 구간을 약 7분 만에 통과했다. 현재로선 미국과 중국 간에 기술력 격차가 존재하지만 중국도 화성 탐사 대열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이뤄지게 됐다.
중국은 화성 탐사에 앞서 2019년 달 뒷면에 인류 최초로 탐사선 ‘창어 4호’를 착륙시켰다. 지난달에는 자체 우주정거장 ‘톈허’를 구성할 핵심 모듈을 쏘아 올리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중국은 2024년에는 달 뒷면, 2030년 내 화성에서 샘플을 채취해 돌아올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 6일 베이징의 국가박물관에서 한 관람객이 실물 크기의 화성 탐사 로버 '주룽'을 살펴보는 모습. 베이징 AP=연합뉴스
미국은 톈허를 싣고 발사됐던 ‘창정-5B호’ 로켓 잔해의 지상 추락 가능성을 제기하며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관영매체와 누리꾼들은 화성 착륙 성공에 일제히 환호했다. 중국신문망은 ‘안녕, 화성, 우리가 왔다’라는 제목으로 “화성 탐사는 파장이 큰 나비 효과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도 ‘중국 톈원 1호 화성 착륙’은 검색 순위 1위였고 누리꾼들은 “모두 호미를 들고 화성에 채소 심으러 가자”, “이것이 바로 미국을 넘어서는 중국의 힘이다” 등의 글을 올렸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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