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40대 기수론' 데자뷔..국민의힘 젊은피 일 낼까
"1971년 대선을 앞두고 부상한 '40대 기수론'이 떠오른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초선 의원들을 비롯한 '젊은 피'가 줄지어 출마한 가운데 16일 한 정치권 인사는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이들이 의미 있는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초선 김웅 의원을 시작으로 지난 14일 김은혜 의원이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초선의 돌풍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만간 당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진 이준석 전 최고위원까지 초선·청년 주자들이 힘을 합친다면 커다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다.
초선들은 중진들에 비해 지역 조직과 당원 지지세가 약한 것이 약점이지만, 각자의 장점을 부각하면서 세력화에 나선 뒤 막판 극적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예상 밖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새로운 세대의 부상을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사례는 1970년 떠오른 '40대 기수론'이다. 1971년 대선을 앞두고 40대가 대선 후보가 되어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1969년 당시 42세인 김영삼 의원이 제1야당인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도전하자 당시 신민당 지도부와 원로들은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아직 젖비린내가 난다)'라고 공개 면박을 주며 반발했다. 그러나 야권의 세대교체와 정권교체를 위해 젊은 40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민의 호응을 받게 되고, 결국 1970년 치러진 신민당 대선 경선은 40대인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의 3파전으로 흘렀다.
결선투표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김대중 의원이 대선 후보로 결정됐다. 비록 대선에서 여당 박정희 후보에게 패했지만, 40대 기수들은 한국 정치의 주역으로 성장한다.
김은혜 의원의 이번 도전엔 초선 진영에서 되도록 많은 주자가 나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사명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이 많이 나가주는 게 맞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김은혜 의원은 인지도도 높은 데다 지난해 연말 추·윤 갈등 때 청와대 1인 시위를 주도했던 전력이 있어 주변에서 등판하라는 추천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김은혜 의원은 실제 단일화에도 열려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이번 당대표 출마는) 새로운 물결을 거세게 일으키는 데 방점이 있고 단일화 자체에도 닫혀 있지 않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전 최고위원, 김웅 의원에 대해 "그분들과 함께 하는 것 자체로 좋은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며 "같이 토론하며 흥미진진하게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김웅 의원도 "변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김은혜 후보나 저나 이 전 최고위원이나 자기희생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도 단일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초선 윤희숙 의원까지 당 대표에 출마해 힘을 합친다면 '쇄신·혁신'을 내세운 초선 연대의 힘이 더욱 막강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초선 여성 의원 다수의 도전이란 상징성도 더해지게 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정치가 언제 분기점을 넘을까 오랜 기다림이 있었는데 21대 국회에서 원내 의석 수 자체가 초선 의원들이 많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을 계승해 당을 변혁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들어오기 위해서도 이들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초선 주자들이 힘을 합쳐도 당헌·당규상 '당원 투표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로 진행되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하기는 역부족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들의 도전 자체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초선이 단일화하더라도 당선되기 쉽진 않겠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도전"이라며 "특히 1970년 당시 신민당이 여당인 민주공화당에 비해 진보 성향이었던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보수당으로서 변화와 혁신을 해나가려는 노력은 박수칠 만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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