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차별화는 짧은 생각".. 文 '당청 원팀' 강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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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를 만나 '원팀'을 강조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과 청와대 인사 책임론을 둘러싼 당청 갈등이 분출할 가능성을 서둘러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한국일보에 "문 대통령은 그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난지원금 지급 등 선거에 앞서 당이 요구하는 바를 전심전력으로 들어줘 왔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이 중요하다는 당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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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된 갈등 속 '이견 물밑 조율'에 무게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를 만나 '원팀'을 강조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과 청와대 인사 책임론을 둘러싼 당청 갈등이 분출할 가능성을 서둘러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살아있는 권력'인 문 대통령에게 임기 말 당청 분열과 갈등은 그만큼 공포의 대상이라는 방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은 당시 격렬한 당청 갈등을 생생히 목격한 당사자다. 노 전 대통령 임기 4년차인 2007년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 △개헌 제안 실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논란 등으로 심각한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상황에 빠졌다. 여당인 열린민주당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에 등을 돌렸고, 핵심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가장 아픈 건 여당 의원들이 보여준 이른바 '대통령과의 차별화'였다"며 "아무리 정치판이라지만 대의나 원칙은커녕 최소한의 정치적 신의나 인간적 도리조차 사라진 듯했다"고 적었다. "이른바 차별화라는 행태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준다고 얼핏 생각할지 몰라도 짧은 생각"이라며 탈당한 의원들을 향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당청 분열은 정권 재창출의 걸림돌이라는 인식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독선과 오만"이라고 비판하며 탈당했던 정동영 전 의원이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선후보로 나섰지만 역대 대선 최대 표차인 531만7,708표 차이로 참패했다. 문 대통령은 '운명'에 "국민들은 넓고 길게 본다. 그런 행태에 오히려 배신의 면모를 보고 실망하는 법"이라고 적었다.
최근 임기 마지막까지 국정 성과를 만들겠다며 견고한 당청 관계를 당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임기 마지막날까지 흔들림 없이 국민과 역사가 부여한 책무를 다하자는 다짐을 새롭게 한다"고 밝혔다. 남은 1년 동안 △한국판 뉴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자리 창출 등에서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靑 중심 원팀'에 반성도
대선을 약 10개월 앞둔 민주당 지도부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당내에서는 그간 당청 '원팀'이 사실상 '청와대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재보선 참패 역시 △부동산 정책 실패 △민생보다 개혁 중시 △조국 사태 등 인사 참사 등에서 당이 청와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한 결과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 송 대표가 14일 문 대통령 앞에서 "앞으로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당 중심 국정운영'에 대해 작심 발언한 배경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당청 관계가 정면 충돌로 치닫기보다 물밑 조율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0%대로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아 본격적인 레임덕에 빠졌다고 볼 수 없다. 의원 구성상 비문재인계 그룹이 소수라는 점도 2007년 노무현 정부 말 열린우리당과의 갈등과는 다른 환경이다.
문 대통령이 '원팀'을 강조하고 있지만, 청와대도 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겠다는 쪽에 가깝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한국일보에 "문 대통령은 그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난지원금 지급 등 선거에 앞서 당이 요구하는 바를 전심전력으로 들어줘 왔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이 중요하다는 당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한다면 민주당이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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