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프라하.. 한국, 클래식 콩쿠르서 잇단 낭보
한국 10~20대 연주자들이 클래식 국제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 낭보(朗報)를 전했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대부분 취소됐던 콩쿠르들이 올해 재개되면서 한층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한국 젊은 연주자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는 평이다.
피아니스트 김수연(27)씨는 지난 15일(한국 시각) 폐막한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1년 창설된 이 대회 피아노 부문에서 한국 연주자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팬데믹 여파 속에서 올해 콩쿠르는 20여 년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만 개최됐다.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도 참가한 김씨는 ‘두 대회 동시 참가’라는 난제에 도전했다. 지난 4일 퀸 엘리자베스 1차 예선에 참가한 뒤, 곧바로 사흘 뒤인 7일 몬트리올 온라인 결선을 치르고, 다시 12일에는 퀸 엘리자베스 준결선을 소화하는 강행군이었다. 그는 퀸 엘리자베스 대회에서 준결선까지 올랐다.
그는 우승 직후 전화 인터뷰에서 “두 콩쿠르를 동시에 치르다 보니 체력적·심적 부담도 두 배에 이르렀지만, ‘매일 연주회를 소화하는 전문 피아니스트들의 삶을 미리 경험하는 좋은 기회이자 공부가 될 것’이라는 선생님들의 조언을 듣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피아니스트 강충모를 사사한 뒤, 현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에서 수학 중이다.
올해 만 14세인 첼리스트 한재민은 15일 루마니아에서 폐막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뒀다. 1958년부터 열리고 있는 이 대회 60여 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한재민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정명화·이강호를 사사하고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2018년 금호영재콘서트에서 연주했다.
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신성(新星)’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을 통해서 일찍 재능을 드러내고 금호영재콘서트 등으로 10대 때부터 다양한 연주 경험을 쌓는다는 점이다. 박선희 코리안 심포니 대표는 “음악 영재의 재능을 조기 발굴·육성하고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체계가 완비된 셈”이라며 “유럽 음악계에서도 한국의 클래식 교육 시스템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의 20대 현악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레테 4중주단(바이올린 전채안·김동휘, 비올라 장윤선, 첼로 박성현)도 지난 14일 체코에서 폐막한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심사위원상·프라하 도시상 등 5개 특별상을 휩쓸었다. 이 대회 현악 4중주 부문에서 한국인 연주 단체가 우승한 것도 처음이다. 이 콩쿠르는 1946년 창설된 명문 음악제인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2019년 9월 창단한 아레테 4중주단은 처음 참가한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첼리스트 박성현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창단 직후 참가 신청을 냈던 대회들이 코로나 여파로 잇따라 취소·연기되면서 적잖은 혼란을 겪었는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뮌헨 음대 근처의 미술 갤러리에서 매일 9시간씩 연습하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노부스 4중주단)을 사사했고 지난해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올해 3월에는 독일 뮌헨 음대로 함께 유학을 가면서 결속력을 다졌다.
같은 대회 피아노 부문에서도 피아니스트 이동하(27)·이재영(26)이 1위와 공동 2위에 각각 올랐다. 이동하는 연세대를 졸업한 뒤 독일 뮌스터 음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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