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교육은 AI가, 교사는 인성·창의성 교육"

곽수근 기자 2021. 5. 1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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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과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은 요즘 AI(인공지능)를 교육 현장에 접목하는 작업을 남은 인생 과업으로 잡았다. AI가 교육계 ‘게임 체인저(기존 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요인)’가 될 것이란 확신이다.

“오랜 멘토였던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께서 장관 임기를 마친 제게 ‘많은 일을 했는데 왜 교실에는 여전히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들이 많냐’고 물으시더군요. 이주호 이사장이 당시 청와대와 교육부에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마이스터고 지정, 입학 사정관 제도(학생부종합전형의 원형) 도입 등 심혈을 기울여 교육정책을 내놓았지만 우리 교육의 근본적 혁신을 이끌진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이 이사장은 “교사와 학생이 주인공인 교실 수업을 바꾸지 못해 교육 개혁이 미완에 그쳤다”고 자평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고운호 기자

그가 공동 창립하고 이사장으로 몸담은 아시아교육협회는 유엔(UN) 교육특사인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등이 설립한 글로벌 교육재정위원회의 아시아 지부로 지난해 출범했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 혁신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이를 계기로 ‘AI 교육’이란 화두를 전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처음엔 AI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학교나 대학을 설립해볼까 고민했지만 그보단 플랫폼을 통해 기존 학교를 지원해주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AI의 강점은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AI가 아이들마다 각자 수준에 맞게 가르치면 ‘붕어빵 교육’을 벗어나 ‘개별 과외’가 동시다발적으로 교실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교사 입장에서도 학생과 인간적 연결을 강화하는 이른바 ‘하이터치(High Touch)’ 교육이 가능하다. 간단한 지식 습득은 이제 AI에게 맡기고 인성이나 창의성 발현에 관심을 둘 수 있는 것. 잡다하고 과중한 교사 부담을 하나씩 ‘빼주면’ 진짜 교육자로서 입지를 재설정할 수 있게 된다. “악기 연주에서 춤이나 노래 교습도 AI가 다 하는 시대입니다. 교사의 역할과 임무가 당연히 달라져야 겠죠.”

교사 선발 과정도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대학 졸업 후 노량진 학원가에서 시험 과목 달달 외워서 교사 되는 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교사 양성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처럼 교육전문대학원 체계로 탈바꿈시키고 AI로 어떻게 수업해야 하는지 등 실습 시간을 30~40% 이상 도입하는 쪽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그가 꿈꾸는 AI 교육 혁명은 산업 생태계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AI 에듀테크(Edu-Tech)라는 새로운 산업 분야가 활성화하면서 해외로 관련 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는 기업 육성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우리가 (AI교육에서) 시작은 조금 늦었지만 얼마든지 추격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이 해외와 비교하면 우수하고 학생들 열의가 남다르기 때문입니다.”

과거 ‘읽기·쓰기·계산하기’로 압축됐던 학습 기본 화두는 이제 ‘데이터·테크놀로지·인문적 소양’이란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사는 “강의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코치이자 조력자이고 학습 환경을 설계해주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게 이 이사장이 강조하는 새로운 비전이다. 그는 “이제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교육에 접목하면 근본적인 혁신이 가능하다”며 “붕어빵 교육, 잠자는 교실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또 “AI와 함께하는 맞춤형 하이테크(High Tech) 학습과 교사·학생간 하이터치(상호작용)가 우리 교육에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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