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이번엔 연극으로 남미여행

김기윤 기자 2021. 5.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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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여행기를 듣는 건 설레는 일이다.

배우 3명이 90분 동안 자신의 여행기를 '스탠드업 연극' 형태로 선보이는 '라틴 아메리카 프로젝트Ⅲ'를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박 연출가의 여행 연극을 이해하려면 독특한 작업방식부터 알아야 한다.

그가 연극 연출을 택한 일도 마치 여행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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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간 남미 다녀온 배우-제작진
영상-연주-탱고 곁들여 여행담
연출가 "여행은 나를 보는 일"
박선희 연출가는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킬롤로지’ ‘배소고지 이야기’ 등 다양한 결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는 “어떤 장르든 배우를 통해 느슨하게 나를 바라보는 연극을 추구한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누군가의 여행기를 듣는 건 설레는 일이다. 한 발 더 나가 기타 연주, 랩, 탱고를 곁들인 여행기는 어떨까. 무대 위 세 남자는 남미에서 겪은 일들을 실감나게 풀어놓는다. 여행지에서 찍은 날것의 영상들도 펼쳐진다. 진짜 겪은 일인지, 약간의 허풍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전하는 흥겨운 이야기들은 여행의 설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연극도 해야겠고, 여행도 가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박선희 연출가(51)는 2008년 처음 ‘여행 연극’이라는 장르에 도전했다. 태국, 인도, 터키, 히말라야 여행 시리즈를 내놓더니 이번엔 남미 이야기를 한 보따리 싸들고 나타났다. 배우 3명이 90분 동안 자신의 여행기를 ‘스탠드업 연극’ 형태로 선보이는 ‘라틴 아메리카 프로젝트Ⅲ’를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작품은 여행 마니아와 관객들을 ‘극장 속 남미’로 이끌고 있다. 10일 연우소극장 인근 카페에서 만난 박 연출가는 “여행지의 바에서 처음 본 이에게 속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듯 관객들에게도 여행 중 떠올린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고 밝혔다.

박 연출가의 여행 연극을 이해하려면 독특한 작업방식부터 알아야 한다. 박 연출가와 제작진, 배우들은 2016년 6주 동안 남미로 떠났다.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를 둘러봤다. 각자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나 나라가 있으면 더 있다가 언제든 일행에 합류했다.

한 배우는 아르헨티나에 오래 머물며 탱고 강습을 받다 ‘탱고 전도사’가 됐다. 일행이 페루 오지의 수녀원 내부 보육원을 방문했을 땐 아이들을 위해 즉석 스페인어 연극도 선보였다. 펍에서 1인극을 한 배우도 있었다. 여유로운 듯 치열하게 남미를 누빈 이들의 여정은 저절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박 연출가는 “극을 써야 하는 과업 때문에 제가 마음 편히 여행을 못할 때도 있었다. 결국 모든 걸 내려놓고 여행하듯 작품을 만든다. 대신 공연 1주 전까지 대본을 쓰고 고친다”며 웃었다. 극 제작 과정은 작품의 메시지를 끄집어내는 토론이 핵심이다. “작업 기간의 대부분은 서로 대화만 한다”고 했다. 귀국 전 마지막 7박 8일은 아르헨티나 한 숙소에서 밤샘 토론했다. 그는 “배우들이 이제는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빼곡하게 써내기도 한다. 제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의 주제는 여행 그 자체다. 어느 때보다 여행에 대한 감상을 많이 나눴기 때문이다. 앞선 시리즈에선 사랑, 우정, 삶과 죽음 등 여러 주제를 논했다. 박 연출가는 “제겐 여행이 일종의 도피였는데 각자 의미가 달랐다”고 전했다.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박 연출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연극에 관심이 생겨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다시 입학했다. 그가 연극 연출을 택한 일도 마치 여행 같다. “2002년 이탈리아 여행을 가서 안 돌아오려 했다. 그런데 여행 중에도 끝내 가슴 속에 남아있던 게 연극”이라고 했다. “무대 암전 때는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걸 보면 선택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의 작업들은 평단과 관객 호응을 얻었다. 연우무대, 우란문화재단은 작품의 여행 경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는 “여행 연극은 결국 나를 보는 일이다. 다만 팬데믹으로 여행할 수 없어 관객을 약 올리는 작품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다음 목적지는 독일 베를린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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