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음악, 세종문화회관서 사상 첫 공연 '전석 매진'
지난달 공개된 유튜브 영상 속 일본의 한 공연장.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을 작곡했던 세계적인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가 도쿄 필하모니 교향악단 앞에 섰다. 연주가 시작되면 공연장 뒤편 대형 스크린에는 관객에게 익숙한 지브리의 영화 장면이 아니라 게임 화면이 뜬다.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이 다음 달 한국을 비롯해 일본·대만·홍콩·마카오 지역에서 동시 출시하는 게임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의 테마곡 공연이다. 히사이시 조는 이 게임의 배경 음악 제작에 참여하고 광고 모델로까지 섰다. 넷마블 심병희 마케팅실장은 “실제 게임에 히사이시 조의 음원이 활용돼 한 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지난 2017년 게임 ‘스톤에이지’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KBS에서 방영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은 공연뿐 아니라 웹툰과 웹소설로도 탈바꿈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국내 처음으로 웹툰·웹소설 업체 카카오페이지와 합작해 무협 게임 ‘미르의 전설2’를 웹소설과 웹툰으로 동시에 만들었다. ‘미르의 전설2’는 2001년 출시돼 중국·유럽 등 전 세계 2조원대 누적 매출을 올린 게임으로, 웹툰과 웹소설을 통해 다시 부활했다. 지난해 12월 말 공개한 웹툰을 지금껏 350만명이 봤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게임의 콘텐츠 경쟁력이 있다면 웹툰, 웹소설로 재탄생시켜 IP(지식재산권)를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으로 변한 웹툰은 전 세계로 뻗어나가 해외 독자들과 곧장 만난다. 이미 게임으로 공략한 시장이기에 쉽게 충성 독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투스는 글로벌 흥행작 게임 ‘서머너즈 워’를 웹툰으로 만들어 내년 1분기 전 세계에 보급할 계획을 최근 밝혔다. 게임 ‘서머너즈 워’는 지난 6년간 200여 국가에서 16개 언어로 서비스돼 한국 모바일 게임 최초로 매출 1조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전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했던 게임처럼, 웹툰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시작한다. 컴투스 관계자는 “게임 속 세계관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코믹스·웹소설·웹툰 등 멀티 콘텐츠를 생산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IP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영화 ‘툼레이더’에서 게임 캐릭터 라라 크로프트를 앤젤리나 졸리가 연기했듯, 한국 총싸움 게임 캐릭터로 변신한 할리우드 톱스타를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만나볼지도 모른다. 스마일게이트는 전 세계 10억명이 넘는 유저를 보유한 히트 게임 ‘크로스파이어’ 영화 제작을 위해 지난해 할리우드의 메이저 배급사인 소니픽처스와 손잡았고, 최근 영화 ‘광해’ ‘신과 함께’를 제작한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영상화에 합의했다. 영화화 이전에 이미 중국 시장에서 드라마 ‘천월화선’으로 제작돼 총 18억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총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도 드라마 ‘미생’과 ‘시그널’을 만든 이재문 PD와 함께 게임의 드라마·웹툰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게임들은 게임 콘텐츠의 단발적인 ‘원 소스 멀티 유스(One-Source Multi-Use)’를 넘어 이야기와 세계관 자체를 여러 형식에 공유하는 ‘유니버스’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미국 게임 업체 블리자드의 게임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에 비해 흥행한 IP의 전달과 유지 측면에서 취약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2차적인 부가 수익뿐 아니라 연속성을 가지고 IP를 발전시켜 나가야 시즌을 거듭하는 드라마처럼 게임도 시리즈를 거듭하며 연속적인 흥행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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