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플러스] 미얀마 사태, 언론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엄진아 2021. 5. 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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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위한 미얀마 시민들의 봄의 항쟁이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많은 민간 희생자가 발생했고 국제사회의 공조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런 미얀마 실태를 집중 보도하는 건 물론이고 본격적인 행동 모색에까지 나선 한 국내 언론사가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지 엄진아 기자가 Q플러스에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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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Zar Ahalay (프리랜서 촬영기자)
"저는 지금 양곤 흘라잉타야 지역에 있습니다. 군용차 50대 정도가 흘라잉타야로 갔고, 그곳 주민들을 탄압했습니다. 군인들이 총을 쏴서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KZin(활동명/ 미얀마 노동뉴스 사진기자)
"최루탄을 맞은 한 여성의 사진입니다. 취루탄을 제거하기 위해 앞으로 나가고 있는 청년 시위자 사진입니다. 남자가 갖고 있는 것은 공사장 헬멧뿐입니다."

Zay Yar Minn (탄르윈켓 뉴스/ 편집장)
"기자를 잡아갈 때 아무 이유 없이 체포합니다. 집에 있는 사람들이 숨어들어오는 기자들에게 먹을 것을 다 꺼내서 제공합니다."

Thu Zar Ahalay (프리랜서 촬영기자)
"저는 남편과 아이가 있습니다. 어머니와 딸은 안전한 지역으로 보내고 이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

미얀마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시사IN>은 곳곳에 숨어서 취재를 이어가고 있는 현지 기자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시사IN>은 왜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인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그 날도 편집국에서는 미얀마 기사가 쓰여지고 있었습니다. 취재는 쉽지 않습니다. 미얀마 기자들이 그날 찍은 사진과 함께 영어와 미얀마어가 섞어 현지 상황을 전하면, 번역기를 돌려가며 해석을 합니다.

그나마 대화는 자주 끊기고, 또 언제 다시 이어질지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김진주/ <시사IN> 영상·콘텐츠 PD
"통역하시는 분도 미얀마 현지에 계시고, 기자분도 현지에서 도피하시는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이 분(기자)이 인터넷 끊겨서 한 20분 같이 기다리고, 그다음에는 통역하시는 분이 또 인터넷 끊겨서 기다리고...인터뷰 자체가 순탄치 않았고."

시작은 '돕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그들은 언제 붙잡힐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취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김영화/ <시사IN> 기자
"단순히 "돈이 필요하다." 이런 게 아니라 "방탄조끼가 필요하다. 인터넷이 안 되니까 태국 유심이 필요하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여기저기 몸을 숨기고 피신해 있고, 그런 와중에 SNS로 자신들이 본 것들을 전송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목숨을 걸고 취재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보고 있는 사진들이 그런 사람들의 노동과 헌신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시사IN>은 미얀마 취재에 취재기자의 3분의 1을 투입했습니다.

인터뷰에 그치지 않고, 미얀마 기자들에게 지면 자체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작게는 원고료 명목으로 현지 언론인들의 생계비를 지원하고, 크게는 '국제적 연대'를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여겼습니다.

김영화/ <시사IN> 기자
"미얀마 군부가 하려는 것도 시민들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정책이거든요. 인터넷을 끊고 사람들이 못 모이게 하는 법령을 세우고. (시민들은) SNS를 통해서 계속 서로 연결하고 있어요. 고립된 미얀마를 같이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저희가 이걸 했다고 "너무 큰 동력이 됐어, 너무 큰 힘이 됐어" 이건 아니겠지만, 하나의 어떤 힘을 만들어가는 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기사에 더해 각종 시민활동에도 나섰습니다. 돈은 없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장일호/ <시사IN> 기자
"사실 독자들이 굉장히 답답해 하거든요. 나는 뭘 할 수 있지? 그것에 대해 뭔가 완벽하게 답을 언론이 내놓을 수는 없지만, 한두 가지 정도는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기자들이 잘 하는 게, 전문가들을 많이 알잖아요. 그러면 전문가들을 독자하고 연결해주면 되는 거고. "

독자와의 소통은 다시 기사에 담겼고, 기사를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장일호/ <시사IN> 기자
"어떤 할머니께서 풍선을 신청하셨어요. 집 베란다에 풍선을 걸어서 (사진을) 보내주셨더라고요. 실업급여 쪼개서 후원하신다는 분들도 있었고, '세 손가락 경례' 인증 운동을 했을 때, 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참여해 주셨는데 5월 18일 등 기념일의 연계 수업용으로 많이 활용하시는 거예요."
[엄진아]
"지면을 뛰어넘은 무언가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떠세요?"
[장일호/ <시사IN> 기자]
"재밌죠. 그러니까, 독자라는 게 어떻게 보면 상상된 존재잖아요. 그러니까 온라인 너머의 뭔가 댓글로만, 메일로만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에게 뭔가 '참여하겠다'는 효능감을 주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독자를 상상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저희 기자들이 구체적으로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게 장점인 것 같고요."

<시사IN>은 미얀마 사태를 계기로, 단순 보도를 뛰어넘는 '행동하는 언론'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김영화/ <시사IN> 기자
"언론사 입장에서도 되게 큰 도전이에요. 기자가 사실을 보도하는 것 이상으로 현장을 만들고 또 굉장히 현장에 개입하는 일이더라고요. "

장일호/ <시사IN> 기자
"세상과 독자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시키느냐? 거기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요즘 저희 매체가 고민하고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일종의 선한 영향력 이런 것들을 행사하고 싶어 할 때, 나만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주는 거죠. 그리고 그걸 묶어내는 게 저널리즘의 역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

물론 <시사인> 외에도 미얀마를 다룬 보도는 많았습니다. 지난달에 쏟아진 기사만 2천여 건에 이를 정도입니다.

군부에 의한 쿠데타는 세계 곳곳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이지만 미얀마의 현실은 41년 전 5월의 광주와 닮았고, 우리와 가까운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MBC 뉴스데스크, 4.29>
"미얀마 사태 속보입니다./ 신체가 잘려나가는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YTN.4.12>
"군경이 시신을 돌려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장기 적출과 밀매가 의심될 정도로"

그러나 이렇게 끔직한 실상을 보도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게 이유경 국제분쟁전문기자의 의견입니다.

이유경/ 분쟁전문기자
"이렇게 국제 이슈에 한국 언론이 관심을 쏟아부은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알아야 할 의제로써 설정하는 그런 기능에서는 굉장히 긍정적인 역할이 있었다고 봐요.
한 발 더 들어가서 질이 어땠는가. 기사 보도량에 비해서 다양성이라든가 이슈의 깊이라든가, 그 이면의 분석이라든가 그런 건 굉장히 부족했던 것 같아요.
궁금하잖아요. 여러 가지 우리가 몰랐던 것들이 막 튀어나오기 때문에. 각각의 어떤 문제, 소수 민족 이슈, 로힝야 이슈가 어떻게 연계되는가. 이런 분석들을 요구하는 갈증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건 제가 보기에 거의 전혀 되고 있지 않은 것 같고요."

(엄진아/기자)
"남의 나라 일이 아니냐, 왜 이 문제를 국내 언론이 이렇게 신경을 써야 하느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이유경/ 분쟁전문기자)
"(세계는) 어떻게 해서든 영향을 받고 나만 고립돼 사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2021년인데. 저는 더 나아가서 정말 중요한 건 나와 관계가 설령 없는 일이라도, 내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광주 상황과 우리의 경우가 닮아서라든가, 연대할 그 어떤 공통의 경험이 없어도 인간적으로 이 상황을 목도하는 것 자체를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미얀마를 응원하는) 더 큰 동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

더구나 '연대'라는 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미얀마 사태는 이미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미얀마 석유가스공사 담벼락에 걸린 "GET OUT POSCO". 포스코는 부인하고 있지만, 현지 자회사의 자금이 미얀마 군부로 들어간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김기남 변호사/ 미얀마지지연대·(사)아디
"그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우리의 세금, 국민연금이라든지 다른 형태를 통해서 기여를 하고 있는 우리의 세금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직접적으로 우리의 역할, 우리의 책임이다라고까지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

(엄진아)
"포스코 관련된 활동을 하시면서 언론의 역할이라든지, 혹시 이런 어떤 것들을 느끼시는지가 궁금합니다."

(김기남)
"로힝야 이슈나 이런 것에 비교하면 훨씬 더 많은 기자와 언론사들이 연락을 해왔고 취재 요청과 노력을 해왔다는 점은 다른 점이라고 저는 보이고요. 저희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게 나가면 좋은데 나중에 후속으로 나갈 수가 없는, 기삿거리가 안 되니까 더 이상..."

지금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은 가상이 아닌 현실, 소설이 아닌 사실입니다.

그리고 고립된 미얀마는 우리가 더 고민할 건 없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있습니다.

이유경/ 분쟁전문기자
"저는 이번 미얀마 사태가 언론에 주는 교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너무 많은데 이걸 먼저 말하고 싶어요. 현지에서 익명으로, 그게 현지 국내 언론이건 외신에 속한 미얀마 기자이든 혹은 시민 기자이든 이들이 바닥에서 익명으로 뛰면서 현장을 알리는데 그 저널리즘이 폭발적으로, 그리고 꽤 우수한 결과물로 나타나요. 시민 기자라고 해서 그게 질이 낮거나 꼭 그런 것이 아니거든요. 그 정보를 소중히 다루었으면 좋겠고. "

김영화/ <시사IN> 기자
"인상 깊었던 말 중의 하나는 "체포되면 안 된다." 체포되면 보도를 못 하기 때문에. 나는 저렇게 못 할 것 같은데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미얀마의 민주화를 응원한다는 것이 유혈사태를 멈추면 되는 일인가? 한국이 규탄 성명을 내는 것 이상으로 만약에 미얀마에서 나오는 난민들을 받아야 한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관련된 쟁점을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질문하는 기자들Q, 엄진아입니다.

엄진아 기자 (az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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