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 "일두백미 과장 아니다..한국 소 정형 기술 세계 최고"

정혁훈 2021. 5. 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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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농협축산경제
'한우문화 르네상스 심포지엄'
'한국화 아이돌' 김현정 작가
"루이비통·슈프림 컬래버처럼
한우도 다른 분야와 손잡으세요"
김현정 작가

◆ 한우의 품격 ◆

매일경제가 농협축산경제와 함께 지난달 29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개최한 '한우문화 정립을 위한 심포지엄'에는 뜻밖의 유명인사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우문화의 르네상스를 꿈꾸다'는 이날 심포지엄 주제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주인공은 바로 만화가 허영만 화백(74)과 한국화가 김현정 작가(33)였다.

허 화백이 2000년대 초반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한 '식객(食客)'은 27권으로 완결된 대작 만화다. 이 만화를 읽으면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전국 각지의 유명 음식을 모두 섭렵할 수 있고, 작가가 발품을 팔아 취재한 요리 비법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한우도 식객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김 작가는 SNS 폴로어가 2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젊은 화가로 '한국화의 아이돌'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전통의 한국화에 현대적인 그림 기법을 접목해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화가로 국립현대미술관 최연소 전시 작가 타이틀을 얻을 정도로 실력파로 통한다.

허 화백은 강연에서 식객 작가답게 한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를 식구처럼 생각해 생구(生口)라고 부를 정도로 아끼고 사랑했다"며 입을 열었다. 동시에 쇠고기를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맛있게 먹는 민족이 바로 한민족이라고 덧붙였다. 허 화백은 "미국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자신의 저서에서 프랑스인들은 소를 35개 부위로, 아프리카 보디족은 51개 부위로 나눠 먹는데, 한국인들은 무려 120개 부위로 나눠 먹는다고 밝혔다"면서 "예로부터 소 한 마리에서 백 가지 맛을 본다는 뜻에서 일두백미(一頭百味)라는 말을 썼던 것이 절대로 과장이 아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하면 빠질 수 없는 한국의 강점은 바로 발골과 정형 기술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젓가락을 사용하고 실뜨기에 능할 정도로 세계적인 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런 영향으로 소를 도축한 뒤 발골을 하고 요리에 적합하도록 정형하는 기술은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어 해외에서 한국 정형사를 초빙해 기술을 배울 정도"라고 소개했다. 또한 숯불 주위에 둘러앉아 쇠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은 뿌리 깊은 한민족 고유의 문화로 바비큐 구이만 먹어본 서양 사람들은 그 모습과 맛에 깜짝 놀라곤 한다고 덧붙였다.

허 화백은 식객 중 '쇠고기 전쟁' 편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면서 강연을 마쳤다. "우리에게 소는 가축이 아니라 가족이다. 농가의 부를 가늠하는 척도로서 평생 순종하며 우직하게 일한 뒤 죽어서도 육신으로 봉사하는 존재이다. 소를 맛있게 먹는 것도 인간의 소에 대한 예우일 것이다."

김 작가는 화가답게 '명화 속의 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미 고구려 고분벽화에 한우가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조선시대 풍속화가 김홍도의 그림이나 현대화가 이중섭의 그림에서 소는 주요한 그림의 소재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이중섭의 소는 화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표현됐다고 한다. "이중섭 화가가 젊은 시절 일본에서 유학할 때 일본 여인과 사랑에 빠졌던 영향으로 대부분의 그림에서 소는 평화롭게 표현된 반면 태평양 전쟁 시기에는 답답한 마음이 반영된 영향인지 소가 그림에서 투박하게 표현됐습니다. 한국전행 이후에는 감정이 폭발적으로 분출한 영향인지 강한 필체로 그려진 소가 많았습니다."

그는 신세대 작가답게 한우 산업이 새롭게 문화의 옷을 입고 한 단계 점프하려면 다른 분야와 컬래버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작가는 "나이키라는 스포츠 브랜드와 밴앤제리스라는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서로 협업한 제품이나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을 잘 알 것"이라며 "한우업계도 내부에서만 새로운 방안을 고민하지 말고 다른 분야와 손을 잡고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에 나서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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