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계사이트 믿고 돈 빌렸는데.. '살인적 이자' 뜯겨 [불법사금융 내몰리는 저신용자들]
"포털 검색 상위에 나와 안심했는데
중계해준 90%가 미등록 대부업체"
대환대출 미끼로 보이스피싱 기승
8000만원 빌리려다 4900만원 날려
돈줄 막힌 서민들 "대출만 된다면야"
4명 중 3명 "불법인 줄 알고도 빌려"
#2. “대출 끌어서 자영업하다 힘든 위기에 대출도 쓰고 급한 불 끄려 사금융에도 손댔다가 신용등급은 내려가….”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 중 일부)
◆ “급한 불 끄려 소액 빌렸다가…” 불법사금융의 덫
서민들은 급전이 필요했지만 정책금융은 제때 지원되지 못했다. 지난해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안정자금 대출은 실행까지 평균 2∼3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그조차 그림의 떡인 금융소비자도 부지기수였다.
병원에 의료기기와 의료용품을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임모(68)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수입이 급감하면서 법인세를 내지 못해 정책금융을 이용할 수 없었다. 세금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급한 자금 사정 때문에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금방 갚을 생각으로 소액 대출을 받은 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고르고 고른 업체가 미등록 불법대부업체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 상위에 노출된 중계사이트라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서 중계해준 곳의 90%가 미등록 업체였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급전 수요가 높아지고 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불법사금융이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가계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로 치솟았던 지난해엔 대출 금리를 0.01%포인트라도 낮춰보려는 서민들의 희망을 노린 수법이 판쳤다.
A씨는 한 시중은행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저축은행 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대환 대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해당 은행직원은 저축은행 빚을 갚지 않으면 계약위반으로 압류를 당할 수 있다면서 저축은행 대출금을 상환할 것을 종용했다. A씨는 두 곳의 저축은행에서 빌렸던 3400만원을 현금으로 보냈다. 다음날엔 자산금융관리공단에 신청하면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는데 1500만원을 내야 한다는 말에 추가로 송금했다. 이후 은행직원은 연락이 두절됐다. 8000만원이 필요했던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아 4900만원을 잃고 말았다.
미리 빼돌린 개인의 금융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사기수법에 꼼짝없이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한 저축은행의 전화를 받은 B씨는 현재 보유 중인 고금리 카드 대출을 상환하면 햇살론 대출이 가능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직후 카드사에서 대출 상환(800만원)을 요구하는 전화가 와서 갚았는데, 곧바로 다른 카드사에서 “우리 대출도 상환하라”는 독촉 전화를 받아 대부업체에서 1000만원을 빌려 갚았다. 그런데 이후 또 다른 카드사에서도 전화가 왔다. B씨는 그제야 이상함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했다. 범인은 검거했지만 잃어버린 1800만원을 되찾지는 못했다. B씨는 개인정보 유출로 이후에도 계속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있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불법금융대응팀과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과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많아진 만큼 관련 범죄도 늘어난 것은 당연한 흐름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불법금융 및 범죄 예방 활동을 강조하며 저신용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신 피해 사례 중심으로 홍보를 강화해 소비자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금융당국이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포털 및 플랫폼업체 등과 협력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저신용으로 유입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신용자 지원에 초점을 맞췄던 서민금융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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