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칼럼] 설명이 필요한 브랜드는 빵점이다
국가·도시의 특징 나타내 호감
'I SEOUL U' 영어 조합 아리송
뜻모를 서울 브랜드 재고해야
지난주 태국에서 열린 LPGA 혼다 타일랜드 경기를 보면 ‘어메이징 타이’(Amazing Thailand) 란 슬로건이 등장한다. 티박스 뒤편, 중계 카메라에 잘 잡히게 설치한 광고판에 등장하는 문구다. 태국의 이미지를 한껏 뽐낸 국가 브랜드다.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나라, 인도의 국가 브랜드는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 인도의 특징을 극명하게 드러낸 빼어난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베를린의 ‘Be Berlin’,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도 끝내준다. 절묘하게 만들었다. 이런 게 브랜드다.
까놓고 말해 ‘I SEOUL U’의 의미를 아는 서울시민, 나아가 한국인이 도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심지어 내가 가르치는 대학원생들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서울시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좋은 브랜드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극소수의 조사업체를 제외하고는 현재 한국에서 이뤄지는 여론조사는 믿을 게 못 된다. “KBS 수신료는 지난 40년간 단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습니다. 귀하는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십니까?”로 시작되는 황당한 설문조사도 받아봤다. KBS가 조사업체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다. 대답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왜곡된 설문조사다. 이런 조사 결과를 두고 수신료 인상 찬성률이 ××%라고 버젓하게 발표하는 나라다. 강남구의 ‘미미위’(me me we)도 마찬가지다. 강남구는 “나 너 우리”라고 강변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영어 조합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기왕 시작된 광화문광장 조성공사의 경우 투입된 예산이 워낙 커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합리적인 판단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서울시 브랜드만큼은 재고해 줬으면 좋겠다. 서울시는 브랜드 홍보비로만 21억원, 시내 29곳에 세운 ‘I SEOUL U’ 조형물 비용에 11억원이나 썼다고 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서울시민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있다.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I♥NY’나 ‘I amsterdam’도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호감을 느끼고 뉴욕이나 암스테르담에 가보고 싶다고 답한다. 브랜드 때문에 호감을 느낀다. 이미지, 느낌의 시대.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나 도시도 이처럼 브랜드를 통해 평가받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중국 가전 상표인 하이얼은 시장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브랜드 덕이라는 분석이다. 독일어처럼 들리는 덕분에 똑똑한 동료 교수조차 한동안 독일제인 줄 알고 있었다. 브랜드는 이처럼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한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오늘도 거리에는 ‘I SEOUL U’가 넘친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성덕대왕신종, 봉덕사종, 에밀레종 중 어느 종부터 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수학여행 온 십대들은 입을 모아 합창한다. 에밀레종부터 보고, 시간 남으면 나머지 종들을 보러 가자고. 그러나 성덕대왕신종, 봉덕사종은 에밀레종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매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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