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금융정보가 왜 경찰에.." 전국 맘카페 발칵
“고객님 금융 정보가 제공되었으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이모(37)씨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 회사에서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씨의 ‘보험 거래 정보’를 넘겨받았다는 곳은 ‘인천 계양경찰서’. 담당 경찰관 이름과 연락처까지 담겨 있었다. 이씨는 “계양경찰서와 아무 상관이 없어 순간 보이스 피싱을 의심했다”고 했다. 이런 문자를 받은 건 이씨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3일부터 서울·경기·전남 등 전국 각지의 맘카페에 똑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글·댓글 100여건이 올라왔다. “경찰서에 전화했더니 통화 중이라고 연결이 안 된다” “대규모 보이스 피싱 범죄 아니냐”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비슷한 시각, 인천 계양경찰서 형사과는 전국에서 밀려드는 전화로 난리가 났다. “이거 보이스 피싱 아니에요? 진짜 경찰서 맞아요?” “대체 왜 제 보험 정보를 가져간 거예요?” 결국 계양경찰서는 13일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최근 귀하의 금융 정보를 제공했다는 문자가 발송돼 이에 대한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보험사에서 발송한 문자는 보이스 피싱과 관련이 없으며 현재 문의 전화가 폭주해 통화 연결이 원활하지 못한 점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16일 본지 확인 결과, 이는 작년 5월 발생한 ‘아라뱃길 변사체’ 사건을 1년째 수사 중인 경찰이 실제 보험사에서 정보를 건네받아 생긴 일이었다. 작년 5~7월 아라뱃길과 인근 계양산에서 토막 살해돼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여성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을 토대로 피해 여성이 30~40대이며, 키 160~167㎝, 혈액형 B형, 어금니를 금으로 때운 흔적 등을 단서로 신원을 추적 중이다. 계양경찰서 관계자는 “실종자, 미귀가자 등 40만명 이상을 조사하고, 수도권에 있는 치과·기공소까지 수사했지만 피해자 신원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보험사에 ‘SOS’를 친 것도 그래서였다. 경찰은 지난해 보험료가 미납돼 계약 효력이 정지된 여성 가입자 명단을 보험사 총 25곳에 요청했다고 한다. 그중에 이 사건 피해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행 법에 고객 개인정보를 타 기관에 제공하면 이를 통지하도록 돼 있어 문자 안내를 보낸 것”이라며 “우리 보험사는 1만여명에게 문자를 보냈고 전체적으로는 20만명쯤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계양경찰서 관계자는 “영장을 발부받아 계약 효력이 정지된 가입자 이름, 전화번호, 주소 같은 기본 정보를 넘겨받은 것”이라며 “1년째 신원 확인이 안 된다고 해서 수사를 포기할 순 없는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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