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 동화 시즌2' 원동력은 정교한 '스카우팅'
5년 전 EPL 우승 이후 막대한 이적료 수입..부자 구단들과 대등한 경쟁
[경향신문]
인구 30만의 작은 영국 소도시 레스터가 축구로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도시의 자랑인 레스터시티가 5년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이어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도 정상에 섰다.
레스터시티는 16일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FA컵 결승전에서 유리 틸레만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첼시를 1-0으로 눌렀다.
1884년 창단한 레스터시티가 FA컵을 품에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네 차례 준우승(1948~1949, 1960~1961, 1962~1963, 1968~1969시즌)에 머물렀던 레스터시티는 이번 우승으로 137년 쌓인 아쉬움을 제대로 씻어냈다. EPL 3위로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유력한 레스터시티는 FA컵 우승으로 유로파리그 티켓도 확보했다.
레스터시티는 이날 볼 점유율에서 4-6으로 밀리며 첼시의 공세에 고전했다. 전반 34분에는 수비수 조니 에번스가 다리 부상으로 교체되는 불운에 휩싸였지만 승리를 결정짓는 것은 골이었다. 후반 18분 틸레만스가 팀 동료 루크 토머스가 가로챈 공을 배달받아 골문 구석을 꿰뚫는 중거리슛을 터뜨렸다. 레스터시티는 종료 직전 첼시 벤 칠웰의 동점골이 비디오 판독(VAR)으로 취소되는 행운까지 겹치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레스터시티의 이번 우승은 5년 전 EPL에서 0.02%의 바늘구멍을 뚫고 정상에 올랐던 ‘축구동화’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원작이 기적의 드라마였다면, 속편은 정교한 스카우팅이 만들어낸 다큐멘터리와 같았다.
레스터시티는 유럽 전역에서 재능 있는 선수들을 찾아내 싸게 사들인 뒤 비싸게 팔아 우승 전력을 구축할 마중물을 마련했다.
EPL 우승 당시 핵심 전력인 은골로 캉테와 대니 드링크워터, 벤 칠웰 등을 첼시로 보내며 1억2000만파운드(약 1907억원)를 벌어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또 해리 맥과이어와 리야드 마레즈는 각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며 레스터시티에 1억4000만파운드(약 2225억원)를 안겼다.
레스터시티는 이 수익으로 제임스 매디슨과 틸레만스, 웨슬리 포파나, 티모시 카슈타뉴 등을 영입해 부자 구단들과의 순위 경쟁에서 앞서간 끝에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흔히 ‘셀링클럽’으로 불리는 팀들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3년 전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아버지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 킹파워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구단주를 맡고 있는 아이야왓 레스터시티 회장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브랜든 로저스 레스터시티 감독은 “FA컵은 세상을 떠난 비차이 전 구단주의 꿈이었던 대회”라며 “이 엄청난 승리를 모두 함께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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