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7번째 S클래스..완숙미 뽐내다
[경향신문]
가장 저렴한 모델도 1억원이 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는 한국인들이 가장 애호하는 수입차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에는 1987년 2세대인 560 SEL 모델 10대가 수입되며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입소문이 퍼졌고, 34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중국,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번째로 S클래스가 많이 팔리는 시장이 됐다. 왜 한국 부자들은 이처럼 S클래스에 열광할까. 최근 국내에 선보인 7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시승하며 S클래스의 매력을 곱씹어봤다.
■ 고급 주택 거실 같은 뒷좌석
1987년 2세대 모델 10대 첫 수입
한국, S클래스 시장 세계 3위로
7세대 완전변경 모델 국내 출시
겉과 속 ‘럭셔리’ 포기 안 하면서
신기술 장착에 연비까지 좋아
S클래스는 1972년 첫선을 보인 이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고급스러운 세단으로 인식돼왔다. S클래스라는 차명은 독일어로 ‘최상급’을 의미하는 단어인 ‘존더클라세(Sonderklasse)’에서 따왔다. 이름처럼 특별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의미다. 이 같은 명칭에 걸맞게 안전과 편의사양, 성능 개선을 위한 노력에는 물량 투입을 아끼지 않는 모델로도 유명하다. S클래스는 브레이크 잠금 방지 장치(1978년), 에어백(1981년), 전자식 주행 안전 프로그램(1995년) 등 당시 양산차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치나 기능을 세계 최초로 선보여왔다.
이번 7세대 완전변경 모델에도 신기술이 가득하다. 뒷바퀴를 좌우로 움직여 회전반경을 줄여주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카메라와 센서, 내비게이션이 수집한 정보로 광량을 조절해주는 디지털 라이트, 뒷좌석 에어백 등이 대표적인 신기능이다. 국내에는 S350d를 포함한 4가지 모델이 먼저 판매되는데, 쇼퍼 드리븐용으로 주로 팔리는 최고급 모델 S580 4매틱(4륜구동)이 최상위 모델이다.
이 차는 회장님들이 즐겨 타는 차답게 ‘럭셔리’하다. 뒷좌석 공간이 잘 꾸며진 별장의 거실처럼 호사스럽다. 시트는 온몸을 안락하게 감싸는 형태로 디자인돼 있고, 헤드레스트에 붙어 있는 필로(베개)는 솜사탕처럼 부드러워 머리가 닿기만 해도 졸릴 정도다. 뒷좌석 공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휠베이스가 기본 차량보다 11㎝나 길어 뒷좌석 시트를 항공기 비즈니스석처럼 만들 수도 있다. 도어 패널에 있는 버튼을 누르니 1열 동승석 시트가 앞쪽으로 최대한 당겨지고, 시트 등받이가 앞으로 숙여졌다. 동시에 앞좌석 아래에서 종아리 받침대가 나와 다리를 쭉 뻗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침대처럼 완전히 평평하게 누울 수는 없지만, 거실 리클라이닝 소파에 앉은 것처럼 수면을 취하면서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S580 4매틱의 뒷좌석은 음악감상실이 되기도 한다. 벤츠는 하이엔드 중의 하이엔드라 불리는 부메스터를 음향 시스템으로 채택하고 있다. USB에 담긴 디지털 음원은 물론 라디오 FM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가정용 오디오처럼 우아하고 매끄럽게 뽑아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하는 쇼팽의 ‘영웅 폴로네즈’는 목적지로 가는 동안 몇 번이나 들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음색으로 재생된다. 풍절음이나 바깥 자동차 소음이 거슬리면 벤츠가 만든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앞좌석 뒤편에는 11.6인치 모니터가 붙어 있어 오디오 볼륨을 조절하거나 자신의 스마트폰과 테더링을 해 뉴스 등을 검색하는 재미도 있다. 이도 모자라 승객 왼편 센터 콘솔에는 삼성전자가 만든 소형 태블릿PC도 준비해놓았다.
승차감은 ‘넘사벽’이다. 마치 가정용 고급 소파에 편히 앉아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것 같다. 에어 서스펜션이 잔진동을 대부분 걸러주고, 흡차음재가 노면 소음을 상쇄시켜 엉덩이나 귀가 불쾌하지 않다. 어지간한 속도에서는 풍절음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레이싱 트랙 등에서 달려보면 시속 170㎞쯤 돼야 풍절음을 인식할 정도라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가속 성능이다. 이처럼 정숙하게 달리지만 불과 4.4초 만에 시속 100㎞에 이른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독일 자동차 공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기능이 있는 S580 4매틱은 5.3m에 이르는 전장을 가졌지만 회전반경이 아랫급인 E클래스보다 작아 웬만한 길에서도 유턴이 어렵지 않다.
■ 직접 모는 오너용이 더 많이 팔린다
‘S클래스는 뒷좌석에 앉아야 제멋이다’라는 얘기는 어쩌면 틀렸다. 단지 쇼퍼 드리븐용으로만 제작한 차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전 6세대를 포함해 2003년 이후 팔린 S클래스 가운데 엔트리 모델인 S350d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이어 가솔린 모델인 S350가 두번째로 많이 판매됐다. 사업가나 의사, 변호사 등 재력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직접 운전하는 용도로 S클래스를 구입한 것이다. 나름 성공한 사람들이니 ‘하차감’이나 ‘과시용’으로 S클래스를 선택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7세대 S400d 4매틱을 운전해본 뒤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S400d는 “S클래스가 이런 차였나”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몸놀림이 가볍고 잽싸다. S클래스지만 운전하는 재미를 살려놓은 것이다. 직렬 6기통 3ℓ 디젤엔진이 장착되는데,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71.4㎏·m가 1200rpm부터 터져나온다. 2t이 훌쩍 넘는 거구지만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마치 준중형 세단처럼 빠르게 속도가 붙는다. 고속주행 때 느끼는 안정감은 감히 따라올 차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디젤엔진을 달았지만 엔진 소음이나 진동에서 자유로운 유일한 차라는 칭찬도 해주고 싶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S클래스는 ‘엄친아’다. 그 많은 장점이 있지만 연비도 포기하지 않았다. S400d 4매틱 공인 복합연비는 11.4㎞/ℓ지만 고속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이용해 정숙 주행을 하면 17~19㎞/ℓ가 나올 만큼 효율적이다. ‘하늘 아래 S클래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S클래스 사라’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극찬이 단지 허풍만은 아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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