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ESG 경영, 옥석 가리기 쉽지 않다

이윤주 기자 2021. 5. 1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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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SG 워싱’ 우려…투자자 혼란·손실 방지 위한 장치 마련 목소리
도입 기업·투자 급증 추세…홍보·마케팅만으로 이미지 세탁 가능성도
획일적 기준 제시보다 공시 의무 확대·평가기관 투명성 감독 강화 필요

기후, 환경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ESG 투자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겉보기에만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ESG 워싱(washing)’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어, 투자자 혼란이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16일 내놓은 ‘ESG 투자 위험의 증가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기업·사회의 지속가능성 요소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는 ESG 투자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점점 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서명 기관은 2011년까지만 해도 1000여곳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038곳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책임투자 대상 자산도 103조달러(11경6338조) 수준으로 커졌다.

국내에서도 ESG채권 발행이 늘고, ESG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는 등 ESG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SK증권의 분석을 보면 국내에서 발행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규모는 2018년 연간 각각 6000억원, 3000억원 규모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3월 말에 이미 4조5000억원, 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평가 기준을 표준화하기 어려운 데다, 말만 그렇듯하게 포장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 위험도 커지고 있다. 홍보나 마케팅만으로 친환경 기업이나 상품으로 인식되는 ‘그린워싱’ ‘ESG워싱’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뱅가드 등이 판매한 ESG펀드가 최다 보유한 주식들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 등의 기술주인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평가의 불투명성, 투자 기준의 불확실성으로 이른바 ‘ESG 워싱’ 우려도 늘었다”면서 “국내외 평가기관들은 ESG 평가를 통해 기업별 등급을 산출하고 있으나 ESG 평가는 그 구성요소가 매우 다양하고 평가기관 간 방식이 다를 수 있어 같은 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의 일관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같은 기업 내에서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 영역은 서로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배구조 부문의 평가는 우수하지만, 환경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의 통합 ESG 등급이 중간 수준으로 산출된다면, 통합 등급만 보고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의 경우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해당 기업의 ESG 등급 하락은 예상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획일화된 표준화 지침을 마련하기보다는, 기업의 공시 기준을 확립하고 절차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녹색산업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고 엄격한 분류체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공시 정보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활용하는 평가기관의 평가 도출 방식을 투자자들이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감독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급증한 수요에 따른 투자자 혼란이나 손실을 막기 위해 금융투자업자들이 어떻게 ESG를 반영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감독 당국도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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