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텃밭' 밀고 들어오는 중국 스마트폰
[경향신문]
샤오미·오포 등 멕시코 시장 진출
점유율 1위 삼성 3위로 밀어내
중남미서도 중저가 모델로 추격
삼성, A시리즈 언팩 행사 여는 등
중국 업체 견제·1위 수성 안간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삼성전자의 ‘텃밭’으로 불리는 중남미 시장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아시아 일부지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저가 위주의 중남미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다. 멕시코에서는 올 1분기에 레노버-모토로라(레노버),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3위로 밀어내고 1·2위에 올랐다는 시장조사업체의 집계도 나왔다. 중남미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려는 삼성전자와 따라잡으려는 중국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이 중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은 시장은 멕시코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통계를 보면 올 1분기 멕시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레노버(25%)가 1위, 샤오미(17%)가 2위였다. 지난해까지 1위였던 삼성전자(15%)를 3위로 밀어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성장률은 레노버 149%, 샤오미 137%였다. 삼성전자는 27% 역성장했다.
중국 업체들은 중남미에서 브라질에 이어 2번째로 크면서도 개방적인 멕시코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샤오미는 널리 보급된 인터넷망을 바탕으로 온라인 판매에 집중했다. 오포는 지난해 8월 멕시코 최대 통신사인 아메리카모빌과 제휴를 맺고 멕시코에 진출했는데, 올 1분기 점유율 11%로 단번에 4위로 올라섰다.
중남미 전체 시장에서는 아직 삼성전자가 점유율 43%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위 레노버(22%), 3위 샤오미(11%)와 격차가 크다. 그렇다 해도 지난해 1분기 대비 상승률이 삼성전자(56%)보다 레노버(67%), 샤오미(162%)가 높아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70% 감소하며 5위에 머문 화웨이(4%)의 빈자리를 다른 중국 업체들이 채운 모습이다. 4위 애플은 점유율 4%에 그쳤다.
중남미 시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경제력이 높지 않다보니 10만~20만원대 중저가 모델 위주가 많았다. 고가 모델 위주인 애플이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중남미에 TV·냉장고 등 가전제품 판매를 위한 유통망과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 유리했다. 게다가 화웨이는 2018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고,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주춤했다. 삼성전자는 중남미에서 중저가 모델인 J시리즈와 A시리즈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40%대로 높였다.
샤오미, 오포 등이 중남미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어 앞으로 삼성전자는 힘겨운 수성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샤오미는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오포는 올 1분기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 4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2%로 삼성전자(19%)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남미 시장은 중저가가 중심인 인도, 동남아와 비슷한 시장으로 꼽힌다. 이를 아는 중국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중남미 시장에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오포는 멕시코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칠레와 콜롬비아 시장에 진출한다. 오포의 해외판매총괄인 장샤오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남미 지역이 오포의 글로벌 사업 핵심 지역”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중저가 A시리즈의 가성비를 높이고, A시리즈 최초로 온라인 언팩(공개) 행사를 한 것은 중국 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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