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화성에서 거대한 연 날리면 전기 만들 수 있다"
일조량 약한 태양광 패널 보완 가능
[경향신문]
최근 무인헬기가 화성에서 첫 동력 비행에 성공하며 인류 정착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미래 우주기지에 쓸 전기를 화성 하늘에 띄운 연에서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연이 만든 물리적인 힘을 발전기와 연결해 전력을 뽑아내겠다는 것이다. 태양광과 함께 상호보완적인 발전 방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초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진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를 통해 향후 건설될 화성 기지에서 쓸 전기를 하늘에 거대한 연을 띄워 얻자는 제안을 내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대 중반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이보다 이른 2026년에 유인우주선을 화성에 보낼 계획이다. 화성 기지의 전력생산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뜻밖에도 연이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연구진이 구상한 화성의 연은 지구에서 날리는 연과 모양이나 움직임에서 별 차이가 없다. 연줄 격인 기다란 케이블을 낙하산과 비슷한 형태의 연에 묶어 하늘 높이 띄운 뒤 얼레 역할을 하는 지상의 원통형 회전축에 연결한다. 핵심은 회전축이 발전기와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화성의 바람을 받은 연은 하늘에서 요동치듯 움직이면서 케이블을 밀고 당겨 회전축을 돌릴 것이고, 이때 생기는 힘으로 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회전축은 물레방앗간의 수차, 연은 높은 데에서 떨어지는 물 같은 역할이다.
연구진은 연을 50㎡로 만들 계획이다. 일반적인 방패연의 200배 크기다. 화성에선 먼지폭풍 때 시속 110㎞짜리 바람이 불기도 하지만, 대기 밀도가 지구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하늘에 최대한 쉽게 뜨도록 초대형 연을 만들려는 것이다.
연구진이 연을 발전 수단으로 쓰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흐릿한 태양광 때문이다. 화성은 지구보다 태양에서 멀다. 일조량이 지구의 43%에 그친다. 태양광 패널만으로 전기를 충분히 생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연을 띄워 태양광과 상호보완적인 전력생산 체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바람이 잘 불지 않을 때를 대비해 에너지저장장치도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연과 태양광 패널, 에너지저장장치 등을 조합한 전체 발전 성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봤다. 연간 127㎿h의 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국 4인 가족 기준으로 약 3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준이다.
게다가 연은 가볍기 때문에 화성까지 옮기기도 쉽다. 연을 포함한 모든 제어 장비의 질량은 290㎏에 그친다. 반면 지구에서 쓰는 대형 풍력발전기는 날개 중량만 수십t에 이르러 로켓으로 화성에 옮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전체 발전 시스템의 비용이 로켓 운송비를 제외하고 895만유로(약 122억원)일 것으로 추산했다. 우주개발에 드는 비용치고는 싼 편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재생에너지가 화성 임무를 실현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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