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추락에..자민당서 힘받는 '아베 재등판설'
자민당 새 모임서 '최고 고문'
'세 번째 총리' 도전 관측도
[경향신문]
“아베(사진)는 이제 완전히 부활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의회 사무실을 찾은 한 인사는 아사히신문에 이같이 말했다.
아베 전 총리의 의회 사무실은 지난달부터 정계 전·현직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에서 사임한 아베 전 총리가 최근 정치 행보를 재개하면서 집권 자민당의 간판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의 낮은 국정 지지율도 아베 전 총리의 ‘재등판설’을 부추기고 있다.
16일 아사히신문은 “서서히 정치활동을 재개해 온 아베 전 총리가 올봄 들어 그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며 그가 ‘포스트 스가’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활동 재개는 그의 건강 회복 선언과 함께 시작됐다.
아베 전 총리는 2007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리직에서 내려오면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댔다. 그는 지난달 “새 약이 아주 잘 듣고 두 차례 정도만 더 링거를 맞으면 일단 치료가 끝난다”며 회복 경과를 밝혔다.
이후 자민당 내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등장하는 행사가 부쩍 늘었다. 그는 지난달 자민당 내 보수적인 의원들의 모임인 보수단결모임과 원자력발전 신·증설을 추진하는 의원모임의 고문에 이어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의 최고 고문까지 맡았다. NHK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자민당 내에 신설된 의원모임 역시 아베 전 총리가 최고 고문을 맡기로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가 당내 활동의 보폭을 넓히면서 그가 총리로서 세 번째 임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5일 “(자민당 내에) 지지율이 높은 아베 전 총리가 다시 등판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엿보인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 계승’을 내건 스가 총리의 지지율 하락세도 ‘아베 대망론’에 힘을 싣고 있다. 스가 총리는 정치 명문가 출신인 아베 전 총리와 달리 농부의 아들이라는 소탈한 이미지로 취임 직후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지지율은 40%대까지 하락했다. 자민당은 지난달 3개 지역에서 치른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이 때문에 자민당 내에서는 올가을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전 총리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두 번째로 총리직을 맡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차례 중·참의원 선거에서 모두 자민당의 압승을 이끌었다.
아베 전 총리가 지난 3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연히 스가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계에서 아베 재등판설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각 각료를 경험한 한 자민당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영향력을 과시해 스가 총리가 아베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유지하고 싶은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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