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곡창지대에 대규모 산업폐기물처리장이 웬 말"
[경향신문]
산업단지 내 축구장 7배 면적
업체, 매립용량 6배 확대 요청
전북, 환경오염 우려 거부하자
행정소송 1심 패소 2심 승소
“지평선 농축산물 생산 붕괴”
시민 ‘결사투쟁’ 저지 나서
전북 김제지역이 대규모 산업폐기물처리장 건립 계획을 두고 시끄럽다. 당초 작은 규모의 전북권 폐기물처리장으로만 알고 있던 시민들은 최근 전국 규모의 처리장으로 건립 계획이 확대 변경된 사실을 알고 뜨악했다. 시민들은 “호남 최대의 곡창지대인 김제에 전국에서 모은 산업폐기물을 매립하는 꼴은 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민회와 시민단체, 이·통장 등 17개 단체들은 ‘김제시 폐기물처리장 반대 범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를 최근 구성했다. 이들은 김제시청과 전북도청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연 데 이어 “매립장 계획 원점 재검토까지 총력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김제 지평선일반산업단지 입구인 수록교차로에서 시민대책위의 박은식 사무국장을 만났다. 그는 바로 옆 잡초가 무성한 공터로 기자를 안내하며 “이곳이 처리장 부지”라고 말했다. 얼핏 봐도 방대한 면적이었다.
박 사무국장은 “애초 전북지역 폐기물 정도를 매립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법원이 업체 손을 들어줘 상황이 달라졌다. 업체는 용량을 6배나 늘려 전국 폐기물을 받아 처리하겠다고 한다”며 반발 이유를 설명했다.
전북도는 2008년 9월 김제 지평선일반산업단지를 지정·고시했다. 단지 내에는 4만9000㎡ 면적의 폐기물 처리시설이 계획됐다. 이 시설을 분양받은 A사는 2016년 기존 폐기물 매립 용량으로는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10m였던 매립 높이는 50m, 매립 용량은 18만㎥에서 111만6000㎥로 6배 늘리는 실시계획변경안을 전북도에 신청했다. 전북도는 주민들이 환경오염을 우려한다는 점을 들어 업체의 신청을 거부했다. A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는 패소했으나 2심에서 승소했다.
박 사무국장은 “업체가 제기한 행정심판이 2018년 1심에서 기각돼 폐기물처리장 사업이 불발에 그치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지난해 말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졌다”면서 “업체는 유명 로펌 7명의 변호사가 매진한 반면 전북도는 달랑 1명의 고문변호사로 대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항소심 재판부는 ‘매립 용량 변경으로 인한 환경오염 가능성에 대한 평가나 검토 없이 주민 일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업체 신청을 (전북도가) 거부한 것은 공익적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판결을 뒤집었다”면서 “안일하게 대처한 전북도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심과 2심 결과가 바뀌었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대단위 산업폐기물처리장은 무조건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강오석 백산농민회장도 “유구한 농경문화를 간직한 이 땅을 축구장 7배 크기의 폐기물 덩어리로 덮을 수는 없다”면서 “매립장이 들어서는 순간 환경재앙은 물론 지평선의 농축산물 붕괴는 시간문제일 것이 뻔하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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