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동신문 "전략적 지위 상승"
'핵보유' 동등한 지위 강조
[경향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국가의 전략적 지위 상승’과 ‘자주권을 존중하는 국가와의 단결’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노동신문은 15일 ‘우리 국가 제일주의 시대를 빛내기 위한 중요 요구’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에 상응하게 자주적대를 확고히 견지하면서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국가제일주의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다.
신문은 “우리 국가의 대외적 지위에서는 상승 변화가 일어났으며 세계 정치 구도의 중심에서 주변 형세와 국제정치 흐름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세계 모든 나라와의 친선 단결을 강화하고 진정한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은 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대와 외세의존은 예속과 망국의 길”이라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신문이 지적한 ‘전략적 지위 상승’은 2018년 11월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자주권을 존중하는 국가와의 단결은 중국·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북한에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설명을 위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미는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이행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동신문의 이날 보도는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서 대화와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폐기와 인권을 논의하는 북·미 대화가 아니라 국가적 자주권을 인정하는 핵군축 협상이어야 한다는 주장의 연장선상이다. 또 제재 해제를 얻어내기 위해 미국과 조급하게 협상에 나서지 않고 사회주의 연대와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한 장기전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북한에 접촉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젤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응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비공개 외교적 교신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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