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화탄탈럼' 40년 물리학계 논란 종지부

박노정 UNIST교수(오른쪽)과 마무트 오카야이 UNIST 연구원이 변화하는 물질 상태를 활용해 메모리나 센서 등의 물질로 쓸 수 있는 '이황화탄탈럼'이 절대온도 200K 이하에서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라는 것을 40년 만에 입증했다. UNIST 제공

한국과 독일 연구진이 '이황화탄탈럼'을 둘러싼 부도체, 도체 논란을 40년 만에 종결시켰다.

상온에서는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인 이황화탄탈럼이 영하 73도 이하에선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로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노정 교수팀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팀은 이황화탄탈럼의 전기전도도 이론 예측에 적용한 계산법에 오류를 발견하고, 새로운 계산법을 통해 이 물질이 절대온도 200K(영하 73.15도)에서 부도체 상태로 존재하는 것을 입증했다고 16일 밝혔다.

물리학계에서는 지난 40년 동안 이황화탄탈럼의 부도체, 도체 여부를 놓고 논란이 지속돼 왔다. 이황화탄탈럼은 특이하게 상온에서는 전기가 잘 흐르는 도체이지만, 절대온도 200K 이하에서는 전기가 안 통하는 부도체로 바뀌는 상전이물질이다.

대표적으로,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모두 탄소로 이뤄져 있지만, 다이아몬드는 투명하고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인 반면, 흑연은 검은색이고 전기가 통하는 도체이다.

그동안 이론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에 기반한 이론 예측값을 근거로 절대온도 200K 이하(영하 73.15도)에서도 이 물질은 도체라고 주장해왔다. 절대온도 200K 이하에서 측정된 전기전도도는 얼마든지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이론 물리학자들의 견해를 받아 들여 왔다.

공동 연구진은 밀도범함수이론(전자의 위치와 밀도를 알 수 있는 양자역학 이론 계산법)의 계산 오류를 줄이는 과정에서 '전하밀도파' 상태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수많은 전자를 하나의 입자계로 단순히 가정한 것으로, 계산 오차를 줄이기 위해 또다른 계산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40여 개의 원자가 하나처럼 움직이는 '전하밀도파' 상태가 제대로 고려되자 않아 계산법에 오류가 생긴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를 수정해 계산해 이황화탄탈럼이 절대온도 200K 이하에서 특수 부도체인 '모트(Mot)' 부도체 상태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모트 부도체는 전자가 흐르는 길이 있지만, 징검다리처럼 전자가 흐르는 길 안에 전자가 꽉 채워져 움직일 수 없는 형태의 물질이다.

박노정 UNIST 교수는 "다양한 상전이물질의 특성을 이해하고, 온도 등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전이 특성을 기반으로, 메모리나 센서 등에 적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지난 13일자)'에 온라인으로 실렸으며,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가 수행됐다.이준기기자 bongc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