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수궁가' 새롭게 각색 유쾌하게 한바탕 웃어보자!

박성준 2021. 5. 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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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국립창극단의 대표적 흥행작.

 탕녀의 대명사 옹녀를 스스로 삶을 적극적으로 개진해나간 당찬 여성으로 재해석하며 창극 영역을 크게 넓혔다.

2014년 '변강쇠 점 찍고 옹녀', 2017년 '흥보씨'에 이어 국립창극단에서 세 번째로 작품을 만들게 된 고선웅은 판소리 '수궁가'를 창작에 가까운 수준으로 새롭게 각색한 창극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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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신작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국립창극단의 대표적 흥행작. 탕녀의 대명사 옹녀를 스스로 삶을 적극적으로 개진해나간 당찬 여성으로 재해석하며 창극 영역을 크게 넓혔다. 이 작품으로 최고 조합이 된 ‘고선웅 연출·한승석 작곡·음악감독’이 다시 뭉쳤다. 이번엔 토끼와 거북이가 주인공인 ‘귀토-토끼의 팔란(귀토)’이다. 

2014년 ‘변강쇠 점 찍고 옹녀’, 2017년 ‘흥보씨’에 이어 국립창극단에서 세 번째로 작품을 만들게 된 고선웅은 판소리 ‘수궁가’를 창작에 가까운 수준으로 새롭게 각색한 창극으로 만들었다. 극 시작부터 토끼가 ‘육지에 간을 두고 왔다’는 꾀를 내어 뭍으로 살아 돌아오면서다. 토끼와 ‘그렇고 그런 사이’인 토녀도 등장한다. 독수리와 포수 등 천적에 시달린 토끼는 급기야 수국(水國)으로 돌아간다. 병마사 주꾸미는 “물속에도 고난이 있다”며 토끼와 토녀를 죽음에서 구해주려한다.

이처럼 전래동화 토끼전을 시대 감각에 맞게 새로 만들면서 고선웅은 그 제목을 ‘거북과 토끼’(龜兎)를 뜻하는 동시에 ‘살던 땅으로 돌아온다’(歸土)는 두 가지 뜻을 담아 ‘귀토’라고 지었다. 그에겐 여러 고난과 재앙을 겪는 토끼의 삶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다사다난한 현실과 다르지 않다. 동시대 관객에게 유효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사군이충(事君以忠), 약자와 강자 사이의 대립 구도 등 ‘수궁가’를 둘러싼 전형적 관념에서 탈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토끼는 고단한 육지 현실을 피해 꿈꾸던 수궁으로 떠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돌아와 예전 터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고선웅은 최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작품 의뢰를 받은 후 “사는 게 고단한데 토끼 이야기가 가당한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밝혔다. “ ‘지금 여기는 나한테 무엇인가’. 유쾌한 작품을 보면서 그런 사유를 했으면 합니다. 모두가 불평도 많고 불안하기도 하고 화도 많이 나는 현실에서 ‘도망가야하나, 피해있어야하나’라는 생각을 하는데 토끼가 환란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과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왔을 때 ‘나에게 매우 일리가 있는 터전이구나’라고 느끼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고선웅은 연습 중에도 출연진들에게 “바람을 피할 것이 아니라,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여기에서 희망을 찾자는 뜻이다.
내용은 파격적이나 음악은 전통 국악그룹 '푸리' 멤버이자 안숙선 명창의 제자인 한승석이 음악적 짜임새가 탄탄한 정광수제 ‘수궁가’의 주요 곡조를 최대한 살렸다. 그러면서도 진양부터 중모리‧자진모리‧엇모리‧휘모리 등 다양한 장단을 치밀하게 연구해 새롭게 탄생한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소리를 재구성했다. 
이번 공연은 4년에 걸친 리모델링을 끝마치고 올 하반기 재개장하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시범공연으로서도 뜻깊다. 무대 디자인을 맡은 이태섭은 1500여 개 각목을 촘촘히 이어 붙여 해오름극장 전체를 언덕으로 만든다. 또 무대 바닥에는 가로·세로 8m의 대형 LED 스크린을 설치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준다. 소리꾼들의 주 무대가 되는 LED 스크린은 새로 설치된 승강 무대에 설치된다.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토끼가 겪는 삼재팔란의 세상과 용궁 등 다채로운 시공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귀토’는 안무 역시 볼거리다. 안무가 지경민이 1인 창무극의 대가로 꼽혔던 명무 공옥진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어 안무를 짰다. 각양각색 동물들의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특징적인 안무로 표현해 작품에 유쾌함을 더한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6월 2일부터 6일까지.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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