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개헌 카드' 꺼낸 이낙연.. 정세균-이재명도 호남 민심 공략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6일 광주에서 여권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5·18민주화항쟁 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 개헌 구상을 밝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뒤지고 상황을 본격적으로 반전시켜 보겠다는 의도다. 이에 맞서 이 지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도 호남 민심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 이낙연 “사면,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첫 사과
이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구상’을 밝혔다. 대선 공식 출마 선언은 아니지만, 당의 안방이자 자신의 고향인 호남에서 사실상 출사표를 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일도 있었음을 고백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운을 뗐다. 1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냈던 이 전 대표는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그 후로 아픈 성찰을 계속했고, 많이 깨우쳤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사면론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지지율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사면 문제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20%를 넘나 들었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1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변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에게 선두권을 내준 상황이다.
이런 구도를 타개하기 위해 이 전 대표는 “민주주의 성지 광주에서 ‘내 삶을 지켜주는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을 국민 앞에 제안 드린다”며 개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우리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기 위한 개헌에 나설 때가 됐다”며 국민 기본권 강화와 불평등 완화를 개헌의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이 전 대표가 개헌 구상을 5·18 기념일에 맞춰 밝힌 것은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 개헌 논의 당시 ‘5·18 정신을 헌법 전문(前文)에 넣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도 이번 정권에서 불발된 개헌을 자신이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개헌 시점에 대해 “대선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 공약하고, 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바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개헌의 가장 민감한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 이재명-정세균도 일제히 호남으로
정 전 총리는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저평가 우량주’에서 ‘고평가 우량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며 “제대로 평가받는 시기가 오고 있는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와 함께 2위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곧 반전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 지사, 이 전 대표에 비해 대선 채비가 늦었던 정 전 총리는 “빨리 출발한다고 골인되는 것은 아니고, 골인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 전 총리 측은 전북 지역 여당 의원 8명 중 김윤덕 의원을 제외한 7명이 정 전 총리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이 지사의 전국 단위 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은 공동 대표인 민주당 조정식 의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지방의원·시민운동가 등 40여 명이 17일 5·18묘역을 참배한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여권의 ‘빅3’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호남 출신이 아닌 이 지사가 호남에서도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뜻으로 보인다”며 “곧 광주와 전남에서도 민주평화광장의 지역위원회가 발족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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