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美 의중 파악 중요".. 동맹 업그레이드 '접점 찾기' [21일 한·미 정상회담]

이도형 2021. 5. 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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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바이든 회담 전망
쿼드·백신·대북문제·경제협력 등
한·미 양국 원하는 방향 서로 달라
핵심 사안 미국 지원 얻어내기 위해
한국, 中 견제 일정 부분 동참 가능성
대북정책 상당부분 배려 분석에도
전문가 '미국이 말하는 행간 중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이 주최한 화상 기후변화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양국 정상 간 첫 대면 만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미국을 직접 방문하는 두 번째 외국 정상이 된다. 한·미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방증하고 있다.

16일 청와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로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동맹 강화 △코로나19 백신 협력 △쿼드(Quad) 참여 △반도체·베터리 공급망 구축 협력 등 크게 4가지다. 백신공급 등 국내 정치·경제적 상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안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북한 비핵화 더 나아가 미·중 글로벌 패권 경쟁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사안들이 의제로 선정된 것이다.

◆백신·쿼드·한반도 비핵화 등 논의… 포스트 코로나 한·미 관계 재설정

이번 회담은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양국 관계의 미래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위기를 촉발한 코로나 사태와 방역 국가주의 속에서 백신 협력이 가능할지를 논의하고, 새로운 양국 간 상생 모델을 타진하고 있어서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조율해 양국이 모두 공감할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상황 전개에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는 대북 문제에서 미측 협조가 필요하다. 또 코로나19 백신 공급에서 미국과 공조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대중국 포위망에 한국이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미국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우리의 요구 사안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접점 찾기’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의제는 미국 측이 원하는 사안과 한국 측이 원하는 사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쿼드 참여와 기술표준 제정, 공급망 변화 등은 미 측이 원하는 의제다. 한국 측은 코로나 백신 공급과 대북정책이다. 한국 측은 지난달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추진해왔는데, 미국의 여유분 백신을 우리에게 우선 공급하는 대신, 한국 측이 계약한 하반기 물량을 미국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아울러 정부는 국내 기업이 백신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세계 2위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이 다수의 백신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이 한국 백신 확보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신대북정책 얼개를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우리 측 요구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했다. 외교적 협상 및 단계적 접근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가 한국 입장과 비슷하다는 분석에서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 견제를 핵심으로 하는 쿼드 참여와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의제에서 한국의 지원을 끌어내고, 한국은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대북 문제에서 미국 측 협조를 얻어내는 식의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담에서 쿼드 참여 논의가 중요한 이유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핵심이 대중국 견제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상대로 한국 쿼드 동참을 압박할 것은 확실시된다. 미국은 이미 다양한 외교 경로를 통해서 한국에 쿼드 동참을 요구해 오고 있다.

정상 간 만남에서 한국의 쿼드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은 한·미 동맹 관계에 확실한 신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한국의 참여가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의중 파악이 핵심… 미·중 사이 소극적 행보 탈피해야

전문가들은 미국의 의중이 무엇인지, 한국 측이 미국에 협력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솔직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근 우리 주변 정세의 가장 큰 흐름은 미·중 경쟁인데 역대 모든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회피적으로 반응해 왔다”면서 “시계로 비유하자면 미국이 ‘3시’, 중국이 ‘9시’ 방향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때그때 일관성 없게 대처했다. 보복이 두려웠던 것인데 이러면 현실 세계에서는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논란 등에서 전·현 정부 모두가 보여준 신뢰성 없는 태도를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특히 대북정책에서 한국이 미국의 상당 부분 배려를 받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분야에 정통한 한 여권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단순히 미국이 ‘이해한다’, ‘양해한다’라고 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 미국이 말하는 행간을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해와 존중’이 한국에 대한 배려인지, 아니면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상대로 여기고 있는 것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언급한 새 대북정책이 과연 한국 측 입장을 명확히 받아들인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석이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인권 사안을 협상 과정에서 의제로 올리겠다는 생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동맹과 함께한다는 방향성을 밝히되, 구체적인 행보는 중국을 배려하는 것을 외교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압박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 하고 양측 모두의 불만만 사고 있다”며 “소극적 행보에서 탈피해 나름대로 우리의 외교적 기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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