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학생 안쓰러워.." 5·18 주먹밥 주인공 양동시장 노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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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못 살고 힘들어도 학생들은 편안한 세상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소."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양동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던 노점상들은 "배가 고파 죽겠다"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노점을 하며 주먹밥을 쌌던 이영애 씨는 "주먹밥을 해줬다고 빨갱이 소리를 듣기도 했다"며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나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지 예전에는 주먹밥 지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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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우리는 이렇게 못 살고 힘들어도 학생들은 편안한 세상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소."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양동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던 노점상들은 "배가 고파 죽겠다"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제41주년 5·18 기념행사준비위원회는 16일 80년 5월 항쟁 당시 주먹밥을 처음으로 짓기 시작한 방앗간 자리(현 양동행정복지센터)에서 주먹밥 재현 행사를 열었다.
재현 행사에 나온 노점상들은 정확히 날짜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학생들이 차량에 올라타 시끄럽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전두환은 물러나라"고 외치던 때를 기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려운 형편에 생계를 꾸려가는 것도 버거웠던 탓에 전두환이 누군지, 민주화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동생이나 자식 같은 학생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처음엔 돈을 조금씩 모아 빵과 우유를 사서 보냈지만 많은 사람의 굶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형편이 어려웠던 노점상들이 계속 음식을 사주기는 어려운 상황.
그래서 상인들은 직접 주먹밥을 짓기로 했다.
구걸하다시피 주변 상인들에게 돈을 모아 쌀 한 가마니를 사서 시장 건너편에 있던 방앗간에서 밥을 쪘다.
급한 마음에 만든 주먹밥이라 모양도 형편없고 소금 간도 하지 못했지만, 학생들은 이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어디선가 '시위대에게 주먹밥을 해주는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얘기도 들려오기도 했다.
덜컥 겁이 나기도 했지만 "죽일 테면 죽여봐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건 똑같다"는 마음으로 주먹밥 짓기를 계속 이어갔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주먹밥은 대인시장과 남광주, 산수오거리 등으로 퍼져나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에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한 끼가 됐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몰아갔던 신군부의 거짓말이 드러날 때까진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당시 노점을 하며 주먹밥을 쌌던 이영애 씨는 "주먹밥을 해줬다고 빨갱이 소리를 듣기도 했다"며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나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지 예전에는 주먹밥 지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이었고, 직접 나서지 못했지만, (주먹밥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줬다는 게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원순석 행사위원장은 "80년 민중 정신을 최초로 실현한 분들"이라며 "이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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