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호의 여쏙야쏙]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이재명'만 할 수 있다

송종호 기자 2021. 5. 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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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당헌12장 88조 '상당한 사유'들어 경선 연기 주장
이재명계 '패배주의 발상'강력 반발.."연기 가능성 없다"
이 지사도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원만하고 합당"
5월 이후 '빅3'지지율 변동에 재차 연기론 부각 가능성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정부 전략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더불어민주당 당헌 12장 88조(대통령후보자의 추천)
①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은 국민경선 또는 국민참여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②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론이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경선 연기론이 “패배주의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꾸준히 대선 경선 연기에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민주당 당헌 12장 88조에는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해당 당헌에 따르면 민주당은 9월11일 전에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합니다. 경선연기론은 이같은 민주당의 경선 일정이 제1야당 국민의힘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 있어 불리하다는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11월에 후보를 확정하게 됩니다. 3개월 여동안 국민의힘이 경선을 치르며 여론의 관심을 끌게 되면 민주당 대선후보는 소외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당헌을 바꾸지 않더라도 경선연기는 가능합니다.

‘경선연기’ 군불···“야당에 끌려갈 수 없다”

여당 내부에서 처음 대선연기론을 공식 제기한 전재수 의원의 발언을 살펴볼까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5월6일 전재수 의원 페이스북>
1. 민주당의 대선후보는 민주당 당원들의 후보이자 동시에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후보여야 합니다. 2. 지금 국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1년이상 치루고 있습니다. 지쳐있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한다면 그것은 민주당만의 리그가 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3. 적어도 우리 국민 3,000만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때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속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4. 선거는 상대가 있는 경쟁입니다. 경쟁하는 상대의 상황을 살피고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최근 치뤄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과정을 봅시다. 국민의힘은 후보선출 과정에서 이미 민주당을 압도했습니다. 대선후보 경선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선 180일 전에 이미 대선후보를 만들어놓고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입니다. 5. 특정 후보의 입장, 특정 계파의 시각에서 벌어지는 피곤한 논쟁이 아니라 중단없는 개혁과 민생을 위한 민주당의 집권전략 측면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여권내에서 바른 소리 하기로 유명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경선 연기론에 대해 한미디 거들었는데, 해당 발언도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연합뉴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월13일 방송 대담 내용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당청간 이슈는 인사 문제라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경선 연기론이 큰 이슈입니다. 친문진영을 중심으로 대선 경선 연기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재명 지사 측에서는 원칙대로 해야 된다라는 이야기가 이재명 지사 입에서도 나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유인태> 글쎄, 그거를 정치는 생물이라고 그러니까 지금 두 달 정도 연기하자는 거 아닙니까? 9월을 11월로. 그래봤자 지금 6개월도 안 남은 셈이에요. 코로나에다 4.7 재보선이 껴서 대선 일정이 상당히 지체됐잖아요. 그러니까 이거는 자꾸 계파적 시각에서 친문이니 뭐, 이재명 지사가 싫어서 다른 사람으로 옹립할 시간을 벌려고 한다느니. 그런데 대통령 후보가 두 달 만에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쉽지 않잖아요. ◇ 김현정> 쉽지 않죠. ◆ 유인태> 그러다 보니까 연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노무현 후보가 그때 우리 일찍 뽑았다가 처음에 이인제를 꺾고 파란이 일어났을 때 지지도가 60몇 퍼센트로 다 당선될 것처럼 그랬죠. 그 전까지는 무명이었고 가능성이 낮았던 노무현 후보가 그렇게 됐는데 하다 보니까 다 지지율 다시 빠지고 정몽준 후보한테로 그냥 당 소속 의원들이 많이 탈당해서 곤욕을 치렀던 게 있으니까 그래서 그 연기론도 충정에서 나온 거다, 계파적 시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그런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두 달 만에 뭐가 다크호스가 나타나서 판이 뒤집어지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보시는 거예요. ◆ 유인태> 하여튼 그래서 이 연기론을 얘기하는 사람들을 꼭 친문이 이재명 지사를 배제하고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할 시각으로만 볼 거는 아닌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 말씀은 이재명 지사가 연기론을 받는 게 낫다고 보시는 거예요? 본인 입장에선 맞다고 보시는 거예요? ◆ 유인태> 그거는 앞서가는데 뭔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그냥. 그리고 또 원칙이니까요. 그런데 이 원칙이라는 건 예를 들어 지난번에 후보 안 내기로 한 4.7 재보선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요. 저는 그때 천벌받을 일이라고 그때도 얘기를 했었죠. 저건 안 냈어야 되는 선거였던 건데요. 이거는 그냥 당내 문제지 이거를 조금 연기하는 것은 그런 문제는 아니잖아요. ◇ 김현정> 국민 배신까지 갈 문제는 아니다. ◆ 유인태> 그런 문제는 아니잖아요. 그건 내부에서 여러 정무적 판단에 의해서 연기할 수도 있고요. 저는 모르겠어요. 당 지도부가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는데 오히려 이재명 지사가 ‘그거 당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범하게 나가면 지지율이 좀 많이 올라갈 것 같아요.

유 전 사무총장에 말을 빌리면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시 야당보다 빨리 후보가 됐지만 지지율이 다시 빠져서 정몽준 후보한테로 당 소속 의원까지 탈당하는 등의 곤욕을 치렀으니 충정에서 연기론을 제안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른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광재 의원도 16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경선 연기론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당 지도부와 1등인 이 지사가 결단을 내릴 문제라고 본다”면서도 “2007년도에 박근혜 후보가 1위였던 이명박 후보에게 경선 연기를 요청했는데 1위였던 이명박 후보가 그것을 수용하자고 하니 지지도가 더 올라갔다. 한 번쯤은 지도부도, 이 지사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 지사와 함께 여권 대선주자 ‘빅3’로 꼽히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도 “지도부가 결정할 문제”라며 원칙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경선연기를 주장할 경우 역풍을 우려한 행보로 해석됩니다만 이 지사에 비해 지지율이 열세인 입장에서 경선연기가 시간을 번다는 측면에서는 기대를 품을 만도 합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이재명계 패배주의 발상···경선 연기 가능성 ‘제로’

이처럼 경선 연기 주장에 ‘이재명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 측근 의원들은 이 지사가 여권 차기 대선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자 ‘친문’견제가 본격화한 것이라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간 공개적으로 당 내 주류 세력인 ‘친문’과 이견 표출을 꺼려왔던 ‘친이(李)’의원들이 침묵을 깨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후보 선출 시기를 둘러싼 친문·친이간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친이’ 좌장격인 4선 정성호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특정인을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벌기가 아니냐는 프레임으로 본선에서 굉장히 위험해질 것”이라며 전재수 의원의 경선 연기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하고 나왔습니다. 특히 친문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김두관 의원이 정세균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경선 연기론을 언급하자 친이계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친이계 의원인 민형배 의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압박하듯 공개적으로 (연기론을)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실익도 없어 보인다”며 “경선 연기론은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변수에 대해서도 민 의원은 “코로나19는 경선의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올해 재·보궐선거 모두 백신 접종 전에 치렀다”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또 다른 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이 지사 측에서 경선연기를 제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가능성 제로”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 지사 역시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원만하고 합당하지 않나”라고 언급하며 경계감을 드러냈습니다.

9월 대선후보 확정 되나···관건은 지지율
자료/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전문기관 공동 NBS(전국지표조사)

결국 여당 대선후보 경선은 지지율 1위인 이 지사의 결심에 달려있습니다. 현재 지지율1위로서 경선 연기에 호응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5월 이후 지지율이 변수입니다. 부동의 1위 지지율이지만 이 지사는 30%대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내 일각에서 이 지사의 확장성에 한계가 노출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업체가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에서 첫 20%대를 돌파한 이 지사의 지지율은 올해 2월4주차 28%를 제외하고 5월 2주차까지 27주 평균 23.9%를 기록중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

정치권에선 대선 지지율이 30%대에 안착해야 대세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동안 임기말 대통령들의 지지율이 대부분 30% 이하인 경우가 많았던 게 배경입니다. 즉, 대선후보가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할 때 미래권력으로 인정받고 대세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집권 초기에 비해 지지율이 반토막 이상으로 하락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40%대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을 넘어 확실히 치고 올라가야 명실상부한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에 올라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지지율도 중요합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지지율이 반등하고 이 지사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될 경우 상황은 또 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지사의 고민이 친문과의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데 닿아있다면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뜻밖의 순간에 발현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쏙야쏙’은 여당과 야당 ‘속’ 사정을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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