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암호화폐와 정치인, 그리고 버블

여론독자부 2021. 5. 16.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내재가치 없는 암호화폐 급등하지만
본질 알려지면 군중들 공포에 투매
정치인이 대통령 되는 구조도 유사
대선후보 냉정하고 꼼꼼하게 검증을
양준모 연세대 교수
[서울경제]

미국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의 저서 ‘광기, 패닉, 붕괴’는 투기의 순환과정을 잘 분석한 책이다. 투기꾼들은 조그만 성공 사례를 부풀려 투자 상품을 만들고 사람들을 설득한다. 세밀하게 구성된 성공 사례는 곧 입소문을 타고 퍼진다. 투자 상품의 내재적 가치는 무의미하다. 연예인이나 사업가, 그리고 정치인들이 이 상품을 인정해주면 군중은 열광한다. 군중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이제 군중의 기대에 벗어난 이야기를 하면 뭇매를 맞는다. 버블의 형성 과정보다는 버블의 붕괴 과정이 더 폭발적이다. 버블의 붕괴는 은밀한 소문으로 시작한다. 군중이 믿었던 미담들의 근거가 조금씩 무너지면 투자 분위기는 광기에서 공포로 급변한다. 겁에 질린 군중의 투매로 가격은 대책 없이 무너진다. 이와 같은 일반적인 투기의 법칙은 자본주의적이라기보다는 인간적인 것이다.

암호화폐가 화폐처럼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외환 거래 규제를 회피하거나 불법 거래에 활용될 수 있다는 유혹적 소문들이 나돌기도 했다. 일부 암호화폐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자 유사 상품들이 대거 나왔다. 화폐 발행자가 화폐 발행 이익을 획득하려는 듯 사람들은 다양한 암호화폐들을 발행했다.

화폐는 기본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것을 도와주는 수단이다. 화폐가 되려면 가격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가격이 올라가면 거래에서 사용되지 않고 투자재로 활용된다. 반면 가격이 떨어지면 아무도 교환 수단으로 받지 않는다. 가격의 변동성이 큰 상품이 화폐로 사용될 수 없는 이유다.

암호화폐와 달러와의 교환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화폐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신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발행 회사가 무너지면 하소연할 때도 없다.

공급량을 아무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유의 화폐’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 공급량이 고정돼 있으면 화폐가 아니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상품에 불과하고 투기에 적합할 뿐이다. 내재 가치가 없는 상품은 자산도 아니다. 세계적 부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글들은 군중의 광기를 자극하지만 암호화폐의 본질이 널리 알려지면 군중은 공포에 떨고 투매하게 된다.

정치인의 성공 과정도 킨들버거의 투기 순환과 유사하다. 인권변호사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 가난을 극복했거나 의로운 행동을 한 사람들, 사업에 성공한 사람도 사람들의 호감을 얻는다.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 지지자가 늘면 정치적 기반이 형성된다. 인권변호사, 성공한 사업가, 의로운 사람의 자질과 대통령의 자질은 거의 관계가 없다. 군중의 광기는 대통령의 자질이 없는 사람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

자질이 없는 사람도 일단 대통령이 되면 자체의 권력으로 지지를 유지한다. 기대감으로 암호화폐의 가격이 오르듯 지지율도 상승한다. 자질이 없는 사람일수록 권력에 취해 버린다. 비판 세력은 적폐이고 몰지각한 사람일 뿐이다. 군중의 광기는 지속한다. 정책마다 실패해도 지지율은 움직이지 않는다. 임기 말기가 오면서 군중들은 이제 조그만 말실수에도 반응한다. 군중은 공포를 느끼며 과거의 지지를 내팽개친다.

내재 가치가 없어도 가격이 오르고 자질이 없어도 대통령이 되는 구조는 유사하다. 내재 가치를 검증할 수 없도록 언로를 통제한다. 본질과 관련이 없는 미담으로 대중을 선동한다. 언론은 암호화폐의 가격과 정치인들의 지지율을 보도한다. 이러한 보도로 사람들은 가치가 실재한다고 믿는다. 암호화폐 투자의 성공 사례와 권력을 같이 쥘 것 같은 환상은 사람들의 귀를 닫게 한다. 내재 가치가 없다는 경고나 대통령의 자질이 없다는 이야기는 낙오자의 넋두리로 간주할 뿐이다. 그럴듯한 거짓말에 열광하다가 환상이 깨지면 공포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제 암호화폐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대선 후보들의 경쟁이 시작된다. 다른 것 같지만 사람들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같다. 지금과 같이 방치하면 정치와 경제의 버블이 더 커진다.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본질에 대한 냉정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론독자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