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도체 품귀, 굴삭기·지게차까지 불똥 튀나

서종갑 기자 2021. 5. 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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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족 사태가 굴삭기와 지게차 등 건설기계 시장까지 덮쳤다.

글로벌 엔진 제작사가 국내 업체에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공급 차질 가능성을 전한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엔진 제작사인 커민스가 최근 국내 건설기계 업체에 엔진용 전자제어장치(ECU)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공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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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엔진 제작사' 美 커민스
국내에 공급 차질 가능성 예고
건설기계시장 회복세 보이는데
업계 "수출 틀어질라" 노심초사
[서울경제]

반도체 부족 사태가 굴삭기와 지게차 등 건설기계 시장까지 덮쳤다. 글로벌 엔진 제작사가 국내 업체에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공급 차질 가능성을 전한 것이다. 세계적인 인프라 투자 열풍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모처럼 호황을 맞은 건설기계 업계는 자칫 수출 골든타임을 놓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엔진 제작사인 커민스가 최근 국내 건설기계 업체에 엔진용 전자제어장치(ECU)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공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커민스는 디젤 및 천연가스 엔진, 전동화 파워트레인, 발전기 전문 업체다. 미국 버스 및 대형 트럭용 엔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 국내에는 건설장비·상용차·선박 업계가 커민스 엔진을 공급받고 있다.

요즘 판매되는 대부분의 굴삭기·지게차 등 건설기계에는 과거 기계식 엔진과 달리 ECU가 탑재된 엔진이 들어간다. 건설기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기계는 완성차 대비 반도체 수요가 적어 그간 반도체 부족이 생산 차질 문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한데다 건설기계 수요가 폭증하면서 엔진 공급 차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기계 업계는 지난 2012년 이후 장기 불황을 겪다가 최근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일감 부족이 누적되며 재무 사정이 급격히 악화해 구조 조정 및 인력 재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에 판매량이 급감했다. 한국건설기계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의 내수·수출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 1만 9,944대에서 올 1분기 2만 4,311대로 21.9% 급증했다. 지난해 1분기(3만 7,766대)와 비교하면 35%가량 감소한 수치지만 올 4월부터 수주 계약이 밀려드는 만큼 2분기부터는 판매 증가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최근 건설기계 업계는 전 세계적인 인프라 투자 열풍, 원자재 값 상승에 신흥국과 선진국 모두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

업체들은 아직까지는 버틸 여력이 있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언제 엔진용 반도체 공급이 끊길지 모르는 만큼 관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요 건설기계 업체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주문 물량에 맞춰 건설기계 생산이 가능할 정도의 엔진과 엔진용 반도체 물량을 확보했다. 다만 반도체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올 7월부터는 생산 공장을 멈출 가능성도 나온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건설기계 업체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엔진 자체 제작 역량을 보유한 A 업체는 협력 업체들의 반도체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엔진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는 업체에는 공급계약이 가능한 곳을 연결해주는 식이다. 또 추가 비용을 들여 반도체를 구한 협력사에는 추가 지원금을 주고 있다. 엔진 자체 제작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B 업체의 경우 재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커민스가 반도체 부족으로 엔진 생산에 난리가 난 것으로 안다”며 “커민스가 판매량이 미미한 우리 기업보다 캐터필러·고마쓰·히타치 등을 먼저 챙기기 시작하면 국내 건설기계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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