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얘기만 들리는 국민의힘 당대표 경쟁
잠행 길어지는 尹 소환하자
김은혜 "낡은 인연팔이 정치
스스로 해결할 생각 안해"
윤석열, 5·18 앞두고 메시지
"모든 형태의 독재에 저항"
16일 국민의힘에선 당 대표 출마자들이 윤 전 총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부각하는 '윤석열 마케팅'에 뛰어든 것을 두고 논란이 증폭됐다. 김은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른바 '중진'이라는 분들이 내세우는 당의 위기 타개책은 오로지 윤석열"이라며 "윤 전 총장과 KTX를 타고 간 인연까지 소환한다. 당권 주자라는 분들도 마케팅에 가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 고쳐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아직 정치 참여 선언도 안 한 사람과 스치고 들은 인연까지 동원하는 정치는 낡은 정치"라고 꼬집었다.
김은혜 의원의 발언은 마찬가지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주호영 의원 등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주 의원은 지난 13일 전·현직 국민의힘 의원 모임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강연에서 자신과 윤 전 총장의 과거 인연을 소개했다. 대구 지역 판사 출신인 그는 "윤 전 총장이 대구지검에 3차례 근무한 인연으로 자주 만났다. 서울에 사는 집도 같은 아파트(단지이)고, KTX에서 만나 대구지검까지 태워준 적도 있다"며 "제가 당 대표가 된다면 최단 시간에 만나서 입당시키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 재직 시 검사직을 내려놓은 초선 김웅 의원도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사직하는 날 마지막으로 윤 전 총장을 뵙고 나왔다"는 일화를 공개한 바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 대표 선거의 가장 큰 화두가 정권 교체인 만큼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언급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 "입당도 하지 않은 윤 전 총장이 더 부각되는 게 당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10일 국민의힘 복당 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한 홍준표 의원을 둘러싼 '막말 정치'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웅 의원이 공개적으로 홍 의원과 언쟁을 벌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다른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도로한국당'에 대한 경계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진들은 홍 의원 복당에 찬성하고 있지만, 홍 의원의 거친 언사가 개혁·변화를 의제로 삼은 중진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홍 의원은 연일 복당 반대파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복당을 방해하는 세력은 지방선거, 탄핵 대선 당시 국민의힘을 비난하면서 야당 승리를 극렬 방해했던 사람들, 당 밖에서 당 해체를 주장했던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과거 바른미래당에 몸담았던 '탈당파'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홍 의원은 한발 나아가 탈당파를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에 비유하며 "뻐꾸기 알이 되는 비열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하 의원은 즉시 "홍 의원 혼자만 시대가 바뀐지 모르고 '도로한국당' 깃발을 흔들고 계신다"며 "모처럼 찾아온 당 쇄신과 정권 교체 기회에 고춧가루 뿌리지 마시고 깨끗하게 물러나시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홍 의원 복당에 대해 이날 "당내 여러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한편 지난 3월 퇴임 후 공개 활동을 자제해 온 윤 전 총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기를 맞아 이날 언론에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고 밝혔다. 그는 "(5·18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이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어떠한 형태의 독재와 전제든 이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다만 "광주 방문 등의 공개적인 행보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당 대표 출마를 고려했던 4선 권영세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세대 갈등, 지역 갈등, 거친 말들로 채워지는 전당대회는 국민의 불신과 당원들의 좌절만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주원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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