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부터 잡아라" 여권 대선 주자들, 치열한 호남 경쟁

심우삼 2021. 5. 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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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개헌' 띄운 이낙연
호남 의원 세 과시 정세균
'전략투표' 기대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6일 오전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 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계기로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여권 대선 주자들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개헌을 포함한 ‘광주 구상’을 발표하며 첫 대선 행보를 시작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자신을 지지하는 호남 의원들을 불러 모으며 세를 다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7~18일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는다. 이 전 대표는 16일 오전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권 강화와 불평등 완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개헌론을 발표했다. 이른바 ‘광주 구상’이다. 이 전 대표는 “이제 우리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기 위한 개헌에 나설 때가 됐다”며 “민주주의 성지 광주에서 ‘내 삶을 지켜주는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을 국민 앞에 제안 드린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헌법에 국민의 생명권·안전권·주거권 등을 신설하고, 현행 헌법에 명시돼 있는 환경권·노동권·교육권을 확대 강화하고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 전 대표는 “이번 개헌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 공약하고, 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바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 쪽은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올 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던 데 대해서도 “촛불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사면 발언이 호남 여론에 악재로 작용하며 지지율 하락세를 부추겼다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자세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전남 영광이 고향이고 전남도지사를 지낸 이 전 대표는 그간 호남을 발판으로 반전의 기회를 모색해왔다. 보궐선거 패배 이후 잡은 비공개 민심 순회 출발지도 고향이었고, 자신의 대표 정책인 ‘신복지’를 추진하는 ‘신복지포럼’의 지역별 창립총회도 지난 8일 광주에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부터 광주에 머무르며 아침마다 국립5·18 민주묘지의 비를 닦았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한겨레>에 “이 전 대표가 그간 호남 지역에 신경을 많이 못 쓴 만큼,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며 “수도권에도 호남 출신들이 많기 때문에 호남 표심이 수도권 표심으로도 연결된다. 호남 민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이 16일 전북도의회 기자실에서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 네번째) 지지 의사를 밝히며 손을 맞잡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전북 진안 출신인 정 전 총리는 현장을 훑으며 ‘호남 대망론’을 놓고 이 전 대표와 경쟁하고 있다. 호남에서 이 전 대표의 존재감이 예전만 못한 만큼 해볼 만하다는 게 정 전 총리 쪽 판단이다. 호남 지역 의원들이 잇따라 지지 선언을 하면서 자신감도 붙은 모습이다. 지난 13일 이용빈(광주 광산구갑)·조오섭(광주 북구갑)·양향자(광주 서구을)·신정훈(전남 나주시 화순군)·김회재(전남 여수시을)·서삼석(전남 영암 무안 신안군) 의원 등 6명이 지지선언을 한 데 이어 16일엔 7명의 전북 의원이 힘을 보탰다. 이날 전북도의회 기자실에서 열린 ‘위기극복·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세균과의 대화’ 간담회엔 민주당 소속 전북 의원 9명 중 김성주(전주병)·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윤준병(정읍·고창)·김수흥(익산갑)·이원택(김제·부안) 의원 등 5명이 참석했다. 한병도(익산을)·신영대(군산) 의원도 지지 의사를 보내왔지만, 개인 일정이 있어 불참했다고 정 전 총리 쪽은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월28일 오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이재명 지사의 호남 방문은 지난 1월29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지자체 행사를 계기로 1박2일 동안 광주를 찾은 데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 그는 혼자 5·18 묘지를 참배하고 비공개 일정으로 광주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만나는 등 ‘조용한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는 현역 지방자치단체장 신분으로 다른 지역을 자주 다니기가 쉽지 않아 두 경쟁자만큼 호남에 공들이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 지사 쪽은 ‘호남은 결국 될 사람을 밀어준다’는 전략투표를 기대하면서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호남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한 이재명계 의원은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출신 지역이 아니라 누가 광주 정신을 계승하면서 본선에서 이길지 본다”며 “지금 광주에 내려가서 한 두 마디하고, 정책 내세우고 개헌하겠다고 해서 민심이 돌아올 가능성은 0.1%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찍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17일 지역 청년 행사에 참여해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강조할 방침이다.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5·18 정신을 기억하며 시대와 눈 맞추고, 세대와 발맞춰나가겠다”고 밝혔다.

심우삼 송채경화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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